눈 그친 밤 숲가에 서서

 

겨울에 별똥별이 레이저쇼를 할 것도 아닌데 수억 개의 별들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다.

임마누엘 칸트에게는 ‘별 총총 하늘’의 대구(對句)가 ‘내 마음 속의 도덕률’이었지.

무슨 벅참이나 떨림 같은 것이 가슴 언저리에서 시작해서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폭력적으로 강한 기운이 아니라 아픈 배 쓰다듬어주시던 할머니의 손길 같은.

사박사박 소리가 따라와서 몇 번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다.

두려움이랄 건 아니지만, 있는 줄은 알겠는데 드러내지 않는 존재를 의식하며 편안치가 않다.

그냥 서 있을까, 아니면 잠들기 전에 가야 할 길이 백 리라며 서두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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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이란 시한의 연장이 아니라 시간의 부재라서 경험할 수 없거든.

그러니 ‘영원한 사랑’이란 사람이 할 말이 아니겠네?

현재라는 것도 그렇지, 점처럼 면적이 없는 것을 기호로 부르는 셈이니까

의식하고서야 과거가 되고 마는 현재에 사랑한다면

그건 영원한 사랑이라 하겠네.

그러니 사랑은 다 영원한 사랑이네 뭐.

변하고자시고 그러는 게 아니라니까.

사랑은 다 한때 사랑이고 그때뿐이기에 영원한 것이겠네 뭐.

경솔하게 약속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물을 수는 있겠지만 사랑의 배신? 그런 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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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앞일을 내다보는지라 {내 입으로 밝히기는 좀 그렇구먼.} 안 된 얘기네만 들려주네.

{듣기 싫으면 그만 두라고 그러게나.}

자네 죽을 걸세. {웃네? 허지만 그건 먼 훗날의 일이라는 뜻이겠지.}

사랑할 걸세. {그야 좋은 얘기라고?} 그 사랑으로 많이 아플 걸세.

 

아프다고 피할 수도 없고...

안 낳겠는가? 세상에 나오지 않겠는가?

몇 번 탈각(脫殼)으로 다 자라면 우화(羽化)하겠네.

 

누군가의 이름을 알게 되면 책임져야 하는가?

수없이 명함을 주고받으면서 그런 생각하지 않다가

이미 사랑인지 아직 호기심인지 경계선에서 익명으로 남겠다는 것은

우듬지를 잘라버렸다는 뜻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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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불면 눈물이 고여 우련해지더라고.

그러면 따로따로 또렷하던 것들이 점묘(點描)로 어우러지더라고.

섞였으나 맑고 깨끗한 기운들을 내뿜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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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흘러 뺨에 살얼음 낄 정도이면서 주제에 남 걱정하며

닦아줄 눈물이 없는 자들은 얼마나 불쌍한 존재이냐고 혀를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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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집이 있으니 가면 된다.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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