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무레한 날

 

적시기는커녕 축이지도 않았으니 목마름이 풀리기야 하겠는가마는

그래도 간만에 조금 젖었다.

봄을 재촉한다고 봄비 아니고 겨울에 내리면 겨울비.

입춘 지났다고 봄이 된 건 아니고

행정구역이 암시하는 대로 실제 주거지환경이 그렇지는 않듯

겨울이라고 겨울 같지 않고 봄이라도 봄 같지 않은 때도 있으니까

이름으로 가르거나 가른 다음에 딴 이름 붙일 것도 아니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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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 사는 사람이라고 늘 감동으로 흐름을 바라보지는 않을 거야.

하루에 두 번 한강 건너가며 보는 강물이 참 좋다.

아침에 봐도 곱고 저녁에 봐도 곱고

맑은 날도 그렇고 비오는 날도 그렇고 늘 아름답다.

비 뿌리는가 싶어 펼쳐든 우산 멋쩍게 접고 말았는데

걷히지 않은 은막이 시야를 완전 차단한 것은 아니어서

마포대교에서 원효대교, 여의대교, 그 위를 지나다니는 차들이 보인다.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을 물 따라 가는 게 아니고 사람들은 가로질러 오간다.

{마릴린 몬로 끼고 걷지 않아도 “Love is a traveller on the river of no return”으로 흥얼흥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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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enandoah강과 Potomac강의 두물머리쯤 되는 곳

 

 

 

좋기만 한 게 어딨어?

그래도 좋은 것에 붙은 불편한 것 때문에 좋은 게 좋지 않게 되지는 않거든.

{장미가지에 붙은 가시 같은 것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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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온 복? 하늘에서 떨어진 은혜-선물? 얘는, 바랄 걸 바라야지.

좋은 건 값을 치러야 얻는 것, 지키기도 만만찮다고.

공짜 없고 싼 게 비지떡

가장 좋은 건 그만큼 비싸더라고.

 

얻기는 힘들고 잡기는 아프고 지키자면 슬픈데

그래도 놓지 않겠다면 눈물 꽤나 흘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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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가장 귀한 것, 삶은 그보다 더 큰 것

사랑을 위하여 삶을 버린다? 그건 말이 안 되거든.

살아있는 동안 사랑이고 삶보다 오래 가는 사랑 없으니까

{사랑이야기야 남겠지만 이야기가 사랑은 아니잖니}

살아야 돼, 잘 살아야 돼, 그래야 사랑할 수 있다고.

 

그리고 그 아픔 말인데

아파함이 아픔을 치유하는 길이거든.

아프지 않고서는 나을 수가 없거든.

아프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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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맞서는 게 아니고 바람 부는 대로 누우면 되지.

바람 자면 일어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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