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 꽃들의 일어남

 

 

한 주일쯤 됐을까 저녁산보 길에 바람이 차서 눈물이 나기에 눈을 비비는데

휘청~ 살짝 비틀거렸나 뭔가 뺨을 스치는 거라.

“엉, 너희들 뭐야, 불온세력이잖아, 머잖아 일내겠네, 응?”

물오르지도 않은 가지에 달린 꽃눈이 어느새 망울이 서서 터질 준비를 진행하네.

말린다고 듣겠어, 억누를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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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다른 마음 쓸 일 생겨 이러구러 며칠 지났네.

그 시한폭탄에 대해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무슨 만세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이게 무슨, 드디어 민중 봉기로?

 

{이제는 환청까지? 꼭 “대한국민 만세~ 대한국민 만세~” 그러는 것 같더라.

나 좀 문제 있어, 적어도 문제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니까 중증은 아닌 셈.

가만, 그러고 보니 삼일절이잖아...

그런데 왜 ‘대한민국 만세’가 아니고 ‘대한국민 만세’?

글쎄 그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국호, 국체, 정체는 추호의 의심도 없지만

조금, 아주 조금 흐릿해지거나 흔들릴 때가 아주 없지는 않았단 말씀이야.

그런데, 혈연, 넓은 의미의 가족이랄까 ‘국민’은 밉다고 내칠 수는 없잖니, 미워도 가족인데.

영원해야 할 건 나라가 아니고 백성이어야... 뭐 말해놓고 합리화하려는 억지 씨부렁이라 여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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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韓國人 安重根의 靑草塘, 아마도 謝靈運의 “池塘生春草 園柳變鳴禽”에서 따왔는지?

 

 

 

소리가 들리는 데야 가만히 들앉아있을 수가 없지.

소리가 크게 나는 쪽으로 조금 내려갔네.

{‘조금’이 얼마나? 부암동에서 삼전도쯤 될까? 그게 開花日로는 사흘쯤 되는 거리라고.}

세상에... 아주 난리 났구나.

 

후방 침투한 적군이 땅굴에서 쏟아져 나오면 저렇게 될까?

무장 봉기로 판을 엎어버리면 저런 세상 되는지? 무슨 세상? 아름다운 꽃 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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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배나무야 우리 동네에서도 봤지만...

아니, 목련 지다! 그게 말이 되냐고?

{아 뭐 목련이라고 다 같은 건 아니고 늦게 왔다가 늦게까지 머무는 애들도 있기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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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반구, 남반구로 나뉜 것도 아니고 좀 남쪽이라고 해서 이렇게 다를 수가 있냐고.

내 뭐 다른 거야 있겠냐만, 그저 봄 한 가지 보내네, 매화 아니라 격은 떨어지네만.

江南無所有 聊贈一枝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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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一枝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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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지, “지는 건 잠깐이더군”이라고.

얘, 피는 것도 ‘눈 깐딱 사이’더라. 심지 타는 소리도 없이 펑펑 터지더라니까.

그래 뭐 꽃 피는 게 힘들기는 하지.

공식처럼 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로 치자면 준비기간과 관계자를 헤아릴 수도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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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보는 camellia는 ‘선운사 동백’과는 아주 딴 거라고.

 

 

그런 생각 드네, 지는 것도 핌의 마지막이니까

피어남과 짐을 따로 나눌 게 아니고 연속과정으로, 그 왜 옛적 “사막은 살아있다”의 동영상으로.

태어남과 스러짐도 알파와 오메가가 아닌 과정의 단계로, 삶은 ‘선분(線分)’으로 쳐낼 수가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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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꿀 빠는 벌처럼, 다행히 짝을 만나 해 저물 때까지 노니는 오리들처럼 사는 동안은 그렇게.

 

 

냄새, 그것이 에휴... 저 hyacinth 너무 독해.

그냥 수선화와 jasmine primrose 정도면 되겠는데.

그리고 꽃밭에 향수 뿌리고 오는 여자들 어떻게 막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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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꽃 핀 건 흰 감자, 자주꽃 핀 건 자주감자” 식대로라면 흰 복사꽃에는 白桃가 따라야 하는데

“열매는 관두고 꽃이나 예뻐라”로 꽃만 키운 나무들 이름에는 앞에 ‘flowering’이 붙는다.

꽃사과나무에 사과는 열리지 않더라고, 꽃배나무도 그렇고.

어떻게 다 안 될까, 꿩 먹고 알 먹고 털 뽑아 이 쑤시는 식으로 다용도 꽃나무?

꽃도 빼어나게 예쁘고 열매도 알이 굵고 맛있고 나무 틀거지도 그럴 듯한.

그게 그렇더라, 집안에 有實樹 있어봤자 잔챙이 다닥다닥 열렸다가 落果로 지저분하기만 하고...

그래서 ‘特化’라는 개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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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姦’자가 좀 거시기해서 ‘화간’이라는 말도 좀 그런데 그것 말고}

‘花間’ 말일세... 사전 풀이로는 “꽃과 꽃 사이”라고 했더군. 아 내 참, 쩝, 쯧, 찝.

人間은 사람이지 “사람과 사람 사이”는 아니잖아?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더불어 사니까 “Mensch-Sein은 Mitsein이다” 그럴 수 있겠지만

사람만 아니고 다 그렇지, 다들 더불어 존재하는 거니까.}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가 없지는 않지만

꽃들은 보통 더불어 피잖니? 꽃들 중에 하나를 가려 “네가 그 중 제일 예쁘다” 그럴 것도 아니고.

人이 人間이듯 花도 花間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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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