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이른가봐
아이들은 반의반도 안 왔는데 이제 다 와 가느냐고 묻곤 했다.
어른들도 힘들 때는 거반 다 왔느냐고 묻는다.
“이제 다 왔다”라는 말 듣고도 한참 가는 길.
바람 아직 차다.
그림: 한희원
때 되면 꽃비 내리는 줄 아니까
그야 꽃이 핀 다음 얘긴 줄 모를 리 없으니까
기다리기엔 아직 이르니까
오긴 올 거니까
이리 쌀쌀하여도
봄나들이 갈 날짜에 동그라미 치고
기다린다.
그림: 강미선
{봉오리 터지기 전, 다 진 다음, 사람 떼에 치어 멀미날 때 들리게 되기도 해서
때맞추기가 어려운데
미리 날 잡아놓고 바꿀 수도 없으니
그것도 운이다.
만날 수도 있고
단번에 아기 설 수도 있고.}
오긴 올 건데
아직 이른가?
한두 번 지나간 것도 아니니까
봄이 뭔지 알지.
더 좋지 않아도 되는
재회를 기다린다.
산다화 갔고
매화 놓치면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그도 안 되면 정향나무 이어 필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