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1
“시절이 하수상하니 올동말동하여라”와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하여라” 쯤 합하더라도
올 건 오고 필 건 피고 그러는데
어느 봄이라고 그런 적 없었던 게 아닌데도 꽃샘추위가 무슨 대단한 것이라고
나돌아 다닐 생각 못하고 처박혀 있다가 나와 보니
까딱하다가는 놓칠 뻔 했잖아?
{꼬리 잡았다고 어쩌겠다는 꿍꿍이는 없다.}
기원하는 촛불처럼 가지런히 놓였던 목련 봉오리가 일제히 터졌다.
무얼 빌까?
좋아하는 사람이 잘 되기를 빌면-내게 돌아오는 건 생각 않고- 그게 사랑 아닌가?
만나지 않고도, 또 헤어지고 나서조차 그렇게 기도하는 동안 ‘당신’은 거기 있다.
萬燈 밝히면 어둠 없는 세상 올까?
초는 다 타버리고 가득 했던 목련 자취 없어진 후에
기원이 응답되었다는 확신도 없으면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다른 빛깔 없으면 순백을 알아볼 수 없으니까
분홍빛 화냥기랄까 진달래가 받쳐준다.
그게 무슨 가증스런 불량기가 아니고
바란다고 되지도 않으면서 좋아한다고 또 말해보는 슬픔 같은 것.
웃겨, 까치도 일부일처로 사는지
불경이부! 그런 건 아니고 좋은 때는 단둘이면 되지 그런 건지 모르겠으나
요즘 녀석들은 딱 둘씩 돌아다닌다.
언제 만나 알 품게 되었는지 협력하며 새 둥지 짓는 모습도 눈에 띈다.
비오는 날 버스 안에서 똑딱이로
그럴 게 아니었는데... 라는 후회 없지 않았지만
그렇게 된 걸 어쩌랴
그런 게 봄날.
괜히 에고, 에고 그러며 기지개 펴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