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인가
바로 전 게시물에서 꽃소식 알렸는데, 그 날 최고기온이 83°F-섭씨 28도-이었다.
다음날 최저기온이 15°F-영하 9.4°-로 떨어지고 이틀 내리 酷寒
그리고 조금 올라갔으나 계속 추웠다.
꽃들은 다 얼었다가 시커멓게 변했다.
작년 같은 날짜에 찍은 사진 보니 가로수인 꽃배나무가 환하게 불을 밝힌 것 같았는데...
어쩌겠나, 자연은 자연스레 움직이거늘.
異常氣候도 自然이다.
자연은 自然的, 자연이 자연적인 것을 못마땅해 조작하려는 노력이 人爲的.
造化翁의 존재를 인정하든지 않든지 간에
natura naturata-이루고 가꾸어진 자연-는 natura naturans-할대로 하고 있는 자연-의 드러난 모습인데
싫다면 어쩔 건데?
제가 어쩔 건데?
“春來不似春”이라고들 하는데, 봄이 오면 봄이고 오지 않았으면 봄 아니라고.
입춘인데, 경칩인데 왜 춥지? 왜 “왜 춥지?” 그러냐, 추우면 추운 거지.
정이월 다 가고 삼월이라네? 이제 이월 초일세.
언제가 봄이냐 하면 春分과 夏至 사이 정도로 해두면 되지 않을까
(뭐 좀 일찍 더워지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 global warming이니 하는 말도 생겼고.)
또 잘 쓰는 말, “春雪이 亂紛紛하니”. 그럴 수 있지, nothing unusual.
꽃 필 때가 됐는데... 그거야 봄을 기다리고 있는 마음, 그러나 와야 봄.
좀 더디 오는 해도 있고, 그런 경우에 와락 달려들 듯 하고는 여름으로 내빼기도 하지.
빙속경기에서 말이지, “준비!” 하고서 침 삼킬 정도 시간이 경과하고 “땅!” 해서 나가잖니?
그러고 나서 “따당!” 하면 원위치.
그거야 뭐 다시 뛰면 되는데, 넘어졌다? 애석하지만 할 수 없네.
꽃이 피면 봄? 그 꽃들이 개화하고 하루 이틀 만에 얼어붙으면?
백마고지 뺏고 뺏기며 주인 바뀌듯 봄과 겨울이 그럴 건 아닌데
“아 봄이 안 온 겁니다, 꽃나무 몇이 부정 출발한 겁니다.” 그러기도 그렇다.
봄이 왔어도 봄 같지 않은 건 오랑캐 땅에 꽃이 없어서(胡地無花草)?
와야 봄, 오면 봄.
왔는데 봄 아니다? 마음이 그런 거지.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지만
그대 마음에 먼저 필 수도 있고
山野에는 꽃 피었으나 그대 마음에 봉오리도 달지 않은 채일 수도 있고.
{이제는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 가주” 같은 노랫말 나오지 않네?}
아직 찬바람이 골짜기를 채웠다 해도, 녹기 전에 덧쌓인 눈으로 덮였다 해도
봄내 난다, 어딘가 꽃 피어 있을 것이다.
梅花 픠다커늘 山中의 드러가니
봄눈 깁헌난듸 萬壑이 한빗치라
어대셔 곳다온 香내난 골골이셔 나나니.
{作者未詳이면 無名氏라 그러던데... 나는 무명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