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에 1
홀로 있을 때조차 이미 더불어 있는 것이고
여럿이 있다고 해도 결국 혼자임을 확인하게 되니까
어울림으로 고독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간 아팠고 바빴고 혼자 있었는데 그럭저럭 숨 돌리게 된 셈이다.
고빗사위랄 것도 없고 다 그렇게 넘어가고 나면 별 거 아니더라고.
사는 즐거움 세 가지?
방콕일 땐 맘에 드는 책 들면 될 것이고
맘 맞는 손 문 열어 맞을 것이고
나서면 가고 싶은 데 찾아가면 되겠네.
{閉門閱會心書 開門迎會心客 出門尋會心境 此乃人間三樂 -申欽-}
그간 책 읽노라 눈이 침침해졌고 이제 기운 좀 차렸으니
나들이하고 싶네만...
뜨거워지기 전에 장마 들기 전에 가자면 지금이 때라고
백두대간이니 지리산 종주니 나서는 이들도 있는데
힘없는 늙은이 짐꾼으로 끼워주지도 않을 것이라서
싹싹하게 “신 포도는 안 먹어”로 꿈 접고 “명산 아니면 어때?”
시외버스에 몸 싣고 국도 따라 가도 좋더라.
밤꽃 피었고
물댄 논에서 개구리들 시끄럽게 울어대고
앵두 열렸고
웬 까투리 떼가 안마당에 몰려드는 바람에
밀려난 병아리들은 떨어진 석류꽃이나 쪼고
알아주는 견공들조차 멍청이가 되는
유월 어느 날.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점이 되었다가
간 거구나 이젠 없는 거니까
그렇게 지워진 하늘에 더 눈 줄 필요 없어 내리깔았지.
그러고는 세월 참 빨리 가대.
처마 밑에 둥지 틀겠다고 들락거리는 애가
그때 그 녀석인지 딴 놈인지 모르겠다만
시끄러워도 반기는 거지
같이 살자는 게 고마워 코끝이 찡하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