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에 4 그새 반년 지나갔네

 

1

 

날이 날인지라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이 튀어나왔겠으나

무엇이 잊히랴, 끄집어내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지워지는 건 없다.

 

알아,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오리다 ...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라는 말이

시제 그대로 ‘못 잊어’인 것을.

아파서 잊고 싶지만

잊히지 않을 뿐 아니라 말이 그렇지, 잊고 싶지 않음을.

 

그게 ‘臥薪嘗膽 會稽之恥 (와신상담 회계지치)’처럼

“얼마나 이빨을 갈았는지 모른다오”가 아니고...

{에고~ “또 한숨 쉰다” 그러지 말기.}

 

좋았던 적이 있으니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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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않았던 건 생각할 필요 없고

어느 쪽이 많았냐는 것도 따져보지 않았는데

그저 지나간 건 다 좋았지 싶더라.}

 

아람치가 이만큼인 게 넉넉하게 쳐주신 덧두리 때문인 줄 아니까

“고맙습니다.” 말고는 다른 얘기 나올 게 없다.

 

몸에서 행주 쉰내, 오징어냄새 나기 전까지는

좀 늙어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말이야 바르지 다리지 않아도 되는 게 좋지.

{속이 차지 않아서 저 좋아하는 이 섭섭하게 해놓고도 그런 줄 모르는 게 문제지만 말야.}

 

그래도 같이 쌓은 탑의 높이가 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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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말이지, 유월이 지나가니까 그새 반년이 또 간 거라고.

인생의 백 년 가기 走馬(주마) 같도다!

 

그렇다는 거지,

“一寸光陰(일촌광음)도 不可輕(불가경)일세”라고 勸學歌(권학가)를 부를 것도 아니고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그러는 것도 아니라고.

 

그냥

“그렇구나...” 그런 얘기.

 

어쩌겠니? 사는 거지.

“聖恩(성은)이 罔極(망극)하나이다” 그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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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빨간 오토바이 타고 지나가는 遞夫(체부)를 보고

“Il postino?” 그랬다가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그랬다가

피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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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능소화가 날 보고 따라 웃는다.

좀 무안해져서

“어디까지 올라가겠다고?” 톡 쏘아주며 쳐다보다가

“맞아. 땅꾼 되지 말고 하늘꾼 되어야 하는 건데...” 라는 생각에 이르러서

“그렇게 끌끌하고 오롯해야 하는데...” 그러다가

“나는 왜 어이타가...” 그러다가...

 

지난 일 다 좋았을 뿐만 아니라

그냥 산다는 것만으로 좋은 거니까

그저 감사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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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가면서 앞에 오는 비 맞는 사람

닥치지 않은 걸 두고 슬퍼하는 사람 두고

“걱정도 팔자야” 그럴 게 아니고

안아주기, 뒤에서 감싸듯 품어주기.

 

조르륵 땀 흐르고 따로 떨어져야 시원하겠어도

풀지 않고 오래 그러고 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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