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1
게릴라성, 듣기가 그러면 국지성 호우라 부르는 무더기비
때와 곳을 가리지 않고 쏟아지다가 뚝 그치기도 하고
찢어져 쏟아낼 것 같다가 언제 걷혔는지도 모르게 검은 구름 사라지는데
자주 틀리는 예보를 나무랄 것도 없다.
장마철에는 그런 거니까.
비 와야지. 그동안 가물었다니 한참 더 와야지.
더워야지. 타죽도록 뜨겁기야 하겠나 자라게 할 만큼 더운 거지.
그런 줄 알고 그런 데서 살아왔고
그러니까 논농사 밭농사에 꽃도 키우고 들과 산도 푸른 것이다.
2
그는 습한 날은 더 아파서 진통제 도수를 높여야 하고
그러면 혼몽해서 잠만 늘어나게 된다고 그런다.
그렇게 수십 년을 고통 속에서 지냈는데
연약하지만 아름다운 생명을 체휼하며 산다.
그에게는 살아있음이 이미 예배이다.
쾌락도 시련도 잠깐이고
영원한 것, 남는 것만 중요하다니까.
밀란 대성당의 삼중 아치에 새겨졌다나.
“All that which pleases is but for a moment
All that which troubles us is but for a moment
That only is important which is eternal.”
견딜 수 있겠지?
견딤도 고통만은 아니니까
어떤 고통은 희락이기도 하니까
아무렇든 지나가는 거니까.
3
영원은 지금을 떠나서는 인지할 수 없다.
현재(present)는 선물(present)이다.
번 것도 돈 주고 산 것도 공로의 보상도 아닌 거저 받음이다.
은혜는 더도 덜도 아닌 값없이 얻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다.
過去는 지나갔으니 없고
未來는 오지 않았으니 없고
있는 것은 現在뿐,
현재는 있음이고 있게 함이다.
4
겨울에는 봄을 기다리면 되지 여름 같지 않다 하면 어떡해?
메뚜기도 오뉴월 한 철이라는데 여름 좋아하면서 여름을 놓치면 안 되지.
비 내려도, 그치지 않아도
그래도 여름이니까
그래서 여름이니까
여름 먹자면 장마만 발려놓을 수는 없다.
5
죽어도 좋아는 죽도록 좋다라는 말이겠으나
그러며 살면 좋겠다는 뜻이겠고
죽을 것 같다고 해서 죽기야 하겠냐만
그렇게 말할 건 아니다.
좋아 되풀이하고 싶고 끝나지 않기를 바라면
애써 지켜야 할 것이다.
6
사라진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잡으려고 할 것도 없고 슬퍼할 일도 아니다.
花無十日紅이라 탄식한다고?
花는 化라 꽃피우는 것이고
그런 되어짐(生成)과 바뀜(變遷) 때문에 영속이 가능한데
울기는 왜 울어?
7
장마는 흐르게 하지만
눈물은 한 방울이면 된다.
한 번 맺고 여묾(結實)에서
極美와 至善을 본다.
8
“그렇구나!” 그러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