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를 지나다가

 

물이 드러나지 않는 연지(蓮池)를 볼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새어나오는 한숨.

등평도수-登萍渡水, 개구리밥을 밟고 물 위로 걷는다는 경공법, 무협지에 단골 등장-를 연습할 게 아니라면

저렇게 뒤덮어야 하는 건지?

연밥과 연근을 얻으려고 식용 재배하는 것이 아닐진대 물빛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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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마다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야 떨어뜨리는 것도 많을 거라고 차려놓은 꽃밭

구례 서시천 변에 원추리 오백만 송이가 피어있다는 둥 엄청난 물량으로 압도하려는 심보.

마음은 많고 큰 것에 끌리게 되어 있어 그런가 보다.

“우와~”하고 입 벌린 다음에 벌린 입으로 오래 있을 수 없으니 다물게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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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 bist wie eine blume’, ‘한 송이 순정의 꽃 뉘에게 바치리까’

그런 인정과 봉헌, 지속적인 돌봄이 사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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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굽으니 그림자도 굽은 것인데

어찌 그림자 굽음을 탄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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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다는 게 아니다.

꽃은 다 완전하기에 완전한 꽃 따로 없다.

‘완전’이란 가망 없는 환상에 몰입하면 자기 파괴로 치달리는데

“이름 있는 건 다 꽃이다, 이름 없던 것도 관계로 맺어지면 꽃이다” 그쯤에서

“아멘~”하고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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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출지는 늙은 배롱나무가 꽃 많이 달 때쯤-다 됐잖아?- 다시 찾으면 좋겠지만

부르는 데 없어도 갈 데는 많고 늘 나갈 수도 없어 언제 가게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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