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는 여름날 1 - 구름, 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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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이 그러니 항공편을 이용하여 급하게 다녀오고 말았지만

다음에는 몇 해 전 그랬듯이 차로 가고 싶다. 그것도 쉬엄쉬엄.

Texas, Arkansas, Tennessee, West Virginia, Virginia, Maryland, Pennsylvania로.

 

내려다보면 벌판에 강은 뚜렷이 드러나니

저건 Missouri! Shenandoah? Delaware! 그렇게 짚어보기도 하고

구름 위를 날다보면 아래가 보이지 않는 대신에

“그곳은 빛과 사랑이 언제나 넘치옵니다”로 사모하던 곳이 여기 아닌가 싶어

가을 들판에 선 사람처럼 평온한 표정이 된다.

 

비행기 안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닌다고 나가놀라고 그랬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아하, 문 좀 열어주게, 뛰어내리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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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데서나 산다고 아무렇게나 살지는 않았다.

용이 개천에서 미꾸라지의 희롱을 받는다고 “내가 죽지 못살아” 할 것 아니고

때 되면 “운무 데리고 창공에 살으리랏다” 할 것 아닌가.

 

구름은 보이기는 해도 잡을 수는 없고 닿을 수도 없다.

구름 있어 비 있는 것이니 실체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네?

그런데 왜 구름 잡이라고 그럴까?

비현실적? 세상에 왜 그런 말이...

생각할 수 있는 것, 꿈꾸는 것은 다 실재(what is really real) 아닌가?

 

기댈 수도 없고 받쳐주지도 못하지만

여리고 부드러워 이루게 하는 분위기이기는 하다.

{지음(作) 없이 이루어(成)지고 이르게(到達)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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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타~임, 길게 빼던 노래처럼

여름에는 모든 게 천천히 간다.

그냥 더워서만은 아니고

때를 정해 다함께 천천히 가도록 여름이 휴가철이 되었을 것이다.

나중에 바쁘게, 빨리, 힘들게 움직이지 않으려면 쉴 때라도 아주 손 놓지는 말자는 걸

무슨 표어처럼 내걸겠는가? 입시나 고시 준비생도 아니고.

바캉스는 비움이란 뜻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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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군 삼지천 마을, 장흥군 반월 마을, 완도군 청산도, 신안군 증도, 하동군 악양 등이

슬로 시티-‘느림보 마을’이라면 될 것을, 쩝- 인증서를 얻었다고 한다.

그러면 돈 떨어트리고 지나갈 관광객들 불러들이느라 바빠지지 않을까?

갖가지 수익사업에 총동원령을 내리고 임기 중 치적을 쌓아야 하는 골목대장의 노심초사로

그 지자체인가 하는 게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이 아니고 그냥 소인 공화국 성채 같아서 말이지...

 

고속도로는 바쁜 사람에게 이용료 받고 편의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천천히 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고속도시를 제공하면 될 것이다.

그러니까 느림보 마을 따로 만들 것 없고 꼭 필요한 이들 따로 모은 ‘빨리빠릿’ 도시 있으면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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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자를 가려 뽑아 고운 동네 만들어 보자고 했는데

정신유전자의 염색체 조사를 할 것도 아니고

돌연변이가 드문 것도 아니고 잡초 돋듯 다반사라서

“바다가 흘러드는 물을 가리게 됐냐(海不讓水), 그렇게 섞이는 거지 뭐” 정도로 어울리게 되었다.

“4.19가 나던 해”로 시작하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같은 얘기로 낭비할 게 아니고

잘 모르는 사람들 귀한 줄 알지만 굳이 캘 것도 없는 하도낙서쯤으로 인정해주고

공손히 인사하며 지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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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꽃 보자고 몇 포기 심어놓은 것 말고는 목화밭이랄 만한 데가 없다.

미국에서도 “이 늙은 흑인의 고향이로다”라는 cotton field는 없지만

그래도 조지아, 텍사스, 알라바마, 테네시에 조금 남아있더라.

붓자루에 씨 숨겨오듯 들여와 다시 퍼뜨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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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솜

퍼짐, 번짐, fuzzy, 포근

해저물기로는 아직 멀어 느루 에멜무지로 하는 둥 마는 둥

자울자울

그런 여름 한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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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Old Kentucky Home (Marian Anderson)

 

Carry Me Back To Old Virginy (Alma G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