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어느 날
시월이라고 다 멋진 날 아니고
시린 파란 하늘만 있는 것도 아니다.
간밤에 난리 난 듯 찢기고 부서지고 그러다가
천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 떼는데
그저 이만하면 됐지, 좋은날 따로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러며
정동 길 걷기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방에서 하는 일이 다 그것만도 아니고
하자면 밖에서라고 못할 것도 아니네만
우리 이젠 밖에서도 보자고 그랬는데
또 房舍에서 놀게 되었다.
-같은 값이라면 난 한우 안 먹네.
자라는 환경을 생각해보라고.
저 푸른 초원 위에 놓아길러 근심 없이 풀 뜯은 놈과
벌집에 갇혀 저질 사료 먹으며 몸만 키운 놈 중 어느 쪽이 낫겠는가?
-그러면 자네는 放飼로 키웠기에 육질이 그만이겠네?
-예끼 이 사람, 放肆한다고 짐승과 비교하면 되는가?
-제멋대로라고 다 放士는 아니지.
게다가 술과 고기까지 가까이 하면서는 方士라 할 수 없잖은가?
-放赦된 첫날인데 그리 죄면 되는가?
-첫날이 한두 날이었는가? 좀 있으면 坊舍로 돌아가야 하니 하는 말일세.
노아무개를 미워해서 마구 뱉는 말-放辭란 말은 없지만- 때문에 옆자리 신경 쓰이기도 하고
꼴 보기 싫다고 放射-亂射가 맞겠지-하다가는 몰매 맞기 십상인데
메스꺼우면 토해내야 하지만 그다지 울분에 찬 인생도 아니었는데 뭘?
후회가 아주 없기야 하련만 그만하면 괜찮았던 게야.
겻불내 나는 화로 신세? 꽃이 늙으면 나비가 안 온단 말씀?
같이 늙어가는 사람 있으면 됐지.
{젊은 나비 그런 게 따로 있는가, 다 때 되면 갈 건데.}
서리 내릴 때쯤 되어서야 더 싱싱해 보이는 것도 있다.
그건 그 때가 제 철이니까.
사는 것들은 살아있는 동안 다 제 철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그 흔한 사랑 얘긴데...
묶는 게 무슨 소용? 부둥켜안고 녹슬어가던 걸.
저물녘 유영하며 스치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지만
아주 떨어지지는 않더라고.
일몰이라는 말? 일출 있어 일몰이고
긴 밤 지나면 또 밝아올 것이다.
대청에서 날아온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