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 탐구

 

빛이 빛깔로 나뉘지 않으면 그냥 밝기만 할 것이고

빛의 결여를 어둠이라 부르는데

어둠은 검고

검은 건 흑색이니까

그럼 흑색이 무색

아닐 것이다

 

 

9121101.JPG

 

 

 

빛을 반사한다면 빛깔을 띠지 않게 되고

가리켜 백색이라 하겠는데

백색은 무채색이나 무색이라 할 수는 없다

 

무색투명하다고 붙여 사용한다고 해서

무색이 투명은 아닐 것이다

 

무색이긴 해도 보인다면

뭘까 그게

 

 

9121102.JPG

 

 

 

霧塞한 겨울날

無色 탐구가 어려우니 참으로 무색하구나

그냥 안개에 감기도록 내버려두자

 

 

9121103.JPG

 

 

 

하늘은 하늘빛이지만

하늘빛이 꼭 파랑이겠냐고

 

 

                       9121104.JPG9121105.JPG 

                 9121106.JPG9121107.JPG

            Nicoletta Tomas 그림들, Lily Cole의 란제리 색, 물망초, 그런 baby blue, 고운 색 아님

 

 

 

하늘이 하늘대로 있는 날

{언제는 무너졌던가}

더 적실 필요 없어 눈물은 흐르지 않지만

霧色-잿빛이나 은빛은 아니니 안개빛이라 하겠네-이라 저게 無色 아닌가 싶은 날

종강했다고 마냥 게으름피우다 하악하악아저씨 꼬라지로 나와서는

대낮에 등불 켜고 아덴 거리를 나다니듯 무색 탐구에 나섰다

 

 

9121108.JPG

 

 

 

탑골공원 낙원시장께 어드메 천상병 아재가 들리던 데를 찾다가

에고 나야 그런 데서 한 보시기만 들어도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나던 걸

못 찾겠다 따까리 신 포도는 안 먹어 그러고는 종로통을 하염없이 걸었다

 

김상옥 시인 아끼던 항아리 빛깔 같은 게 아닐까

누르끄레한 벽을 꼬물거리며 올라가다가 떨어지던 것들이 그렇지 않던가

골 때리던 카바이트 막걸리가 비슷한 색 띠지 않았나 그러다가

 

 

9121109.JPG

 

 

 

아하 색이 없어 무색이라는데 아직도 色界에서 허덕이는고

죽비에 얻어터지고는 원위치

 

응 얼어붙은 거리에 웬 계란꽃

이런 게 나온 지 오래 되었습니까

어디서 살다 오셨기에

 

 

            9121110.JPG  9121111.JPG

 

 

 

종묘 앞 할배들 바둑판도 기웃거리고

시들었어도 기운 쓰고픈 남정네를 유혹하는 꽃뱀들에게 백반가루를 뿌리고

청계천 어느 다리 밑에서 접선하는 아이리스 첩자를 색출한다고 눈알 굴리다가

 

 

9121112.JPG

 

 

 

다리쉼 하자고 들어서니 만원일세

우리 그럼 합석합시다

 

 

9121113.JPG

 

 

 

왜 나왔는지 잊어버렸지만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니까

괜찮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