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지 않은 편지

 

아이리스에게 속은 게 모자라 비담의 최후를 보며 우는 사람들

울고 싶은 사람은 우는 거니까 눈물이 헤프다고 탓할 것 없다

그 마음이 이 마음 아니니 느낌을 두고 시비를 가릴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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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성탄과 희망의 새해를 맞이하여 존당의 만복을 비나이다”라는 인쇄된 서식

거기다 이름 석 자 적어 넣은 카드 받았다고

코가 찡한 감동 모드에 진입하는 건 아니지만

보내지 않으면서도 받고는 싶은 카드

이젠 오지 않더라

잉크로 써내려간 수적이야 골동품상에서나 찾아볼까

기다릴 걸 기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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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지 않은 편지 그러니까 보내지 않은 편지

쓰긴 썼다는 얘긴데

편지라면 상대가 읽기를 바라며 쓴 것

읽고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며 쓴 것

그런데도 부치지 않는다는 건

읽고 나서도 내 맘을 몰라주거나 무시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든지

알려지면 할 수 없지만 알리기에는 너무 뻔뻔하다는, 그렇게 수줍어한다는 뜻

어쩔까 고민하다가 생각이 바뀌었거나 시시해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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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지 않은 편지는 어디다 보관할 것인가

의미가 사라졌으니 자동 폐기될까

마음 속 우체통, 체부가 오지 않는 곳에 들어있을 것이다

모아놓은 낙엽처럼 쌓여 있다가 잘 발효되면 다른 성장 사이클에 협력할 것이다

 

 

보내지 않더라도 적어둔 건 있어야 되돌아보기라도 할 텐데

생각뿐이었던 건 잊히고 마는 건지 아니라면

무슨 자루 같은 데에 넣어 남겨지게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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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야 짓든 주어지든 인연이니까 후회가 따를 게 아닌데

이어지다보면 첫 마음 같지 않아 영문 모를 서운함이 싹틀 수도 있겠다

냄새 좋다고 계속 맡을 것도 아니고

환기하고 그렇게 머리아픔도 날리고 싶을 때가 있다

쫓아내자는 것도 아니고 지워질 것도 아니어서

어지럼 좀 가신 다음에는 좋다며 그냥 살 것이다

 

이제 아월화 선수목 대신 뭘 하겠냐고 그러네

딱 연애하기 좋겠다 맘 놓고 마시든지

에이 어쩌겠는가 마음 따라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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