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그리고 청도 운문사의 봄
울산 가는 길에는 아무리 바빠도 가지산 너머 청도 운문사를 들르는 일이 별책부록처럼 따른다.
시간 허락하는 대로 밀양까지 둘러보는데 부산이라는 대도시 옆에 위치했는데도
동네라고 할 수도 없게 오두막 두어 채 정도가 사람 사는 곳임을 알려주는 후미지고 호젓한 구석들이 남아있다.
사람 사는 데는 조선천지 어디라도 자동차 들어갈 길이 놓였고
다랑논 꼭대기 층까지 경운기가 올라갈 수 있도록 시멘트 포장까지 해놓은 게 보통인데
숨이 턱에 차도록 올라가는 길에 웃자란 풀까지 덮여있어 “이러다가 뱀 밟는 것 아냐”로 겁나는 접근로도 있더라니까.
이건 무슨 세빛둥둥섬?
밀양댐도 최대다수의 최대선을 위해서 건설되었겠는데,
댐이나 터널 생기기 전에는 그 일대가 말 그대로 武陵桃源이었다고 그러대.
좀 아는 사람 얘기로는 載藥山에서 흘러오는 藥水 때문인지 물맛은 거길 따라갈 데가 없다는구먼.
지나는 길에 버섯을 손질하는 이와 몇 마디 섞었더니 자연산 표고 한 움큼을 쥐어 주며 맛보란다.
머쓱~해도 손 내밀어 받는데, 뾰족한 소리가 잇는다.
“아니, 따온 건 누군데, 인심 쓰는 건 누구야?”
“아고 아주머니, 얼굴이나 손이 그리 고운데 산골에서 버섯 딸 분이 아니신 듯...”
그 말에 뿅 가서 입이 귀에 닿도록 활짝... “우와, 목련꽃 핀 듯 환하네요.”
{그러면 버섯 값 치른 셈.}
영남알프스 산맥을 손금 꿰듯 속속들이 아는 이들을 만났다.
그 둘도 전에는 서로 알고 지내지 않았는데, 어쩌다가 단번에 network가 이루어진 셈.
한 분은 Cornell과 Oxford 출신의 경영학 교수, 다른 분은 출가승이기도 했던 소리꾼.
나는 뭐 실~데없이 처먹은 나이 탓에 보통 형님 대접을 받는데
해주는 건 없이 받아먹기만 하는 게 좀 뭣한 거라, ‘쑥스, 지송~’ 표정 지으면
“아우 보살피는 건 ‘형아’가 하는 일이고, ‘대형’은 받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더라고.
덩달아 미안해하는 아내에게 “그것도 능력이다” 해놓고도 낯 뜨거운 건 사실.
아무튼, 좋은 시간 가졌네.
동동주 처 주는 예쁜 손도 있지만
소월이 “술은 물이외다” 했는데, 응? 물 마실 줄 아는 이 없네.
그거 없이도 흥겹기만 해서 북채 잡은 이 없지 추임새도 따르지 않는 판에 웬 가락이 메들리로.
봄, 어딘들 흉하겠는가마는 운문사의 봄, 참 곱네.
그리 길지 않아 한창때랄 만한데, 마침 머리채를 잡듯 때맞춘 셈이다.
좋구나~
雲門! 아 좋다니까.
그리고 고개 넘어 嘉瑟이라는 데도 있어, 그 이름도 참 예뻐.
절마다 다 淸淨道場이라지만 말처럼 다 淸淨하지는 않은 것 같아.
그래도 여긴 상대적으로... {뭘 모르면서 하는 말이지만.}
“스님들의 수행공간이오니...”라고 ‘勿!’ 그러지만, 보지 말라면 더 들여다보고 싶은 것 있지?
꽃담 예쁜데 불이문 너머는 더 평화로울지?
그렇게
하루 그렇게
또 하루도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