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청송 지나며
큰 추위는 갔다고 그러고 봄소식 기다려도 흉 될 것 없는 때니까 겨울여행이랄 수는 없지만
설도 안 됐고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자면 두 달도 더 기다려야 하니
그저 ‘봄의 신앙’ 안고 떠난 ‘겨울 나그네’라 치자.
그럴 형편 안 되어도 좋은 벗들이 불러주어 발과 입만 달고 찾아가는 여행.
아직 춥다니까요
울산에서 만나 경주, 포항 지나치고 영덕으로 갔다.
돈 한 푼 안내고 대접 받는 주제에 “영덕 대게를 구경만이라도!”라고 목메어 불러보던 아내에게
“남편 잘 둬 호강하는 줄 알라”는 눈짓 주는 치사한 남자.
혼자 다 먹으라고?
없던 시절 누룽지를 들고 나와 동네 애들 앞에서 자랑하며 먹던 놀부아들처럼...
내부수리로 금일휴업
멀건이 서서 구경하는 것 같아도 손가락으로 기싸움 벌리는 경매
영덕이라고 게만 나겠는가
볕바른 데마다 피대기, 납새미(가자미), 과메기 말리고 있는데 겨울이라 파리가 들끓지 않아 좋다.
지나는 길이 한적해 좋다.
바람 없는 날 풍력발전기는 설치예술 정도.
빠릿빠릿한 지자체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사람 불러들여 돈 떨어뜨리게 하노라고 별것 다 한다.
맛있는 사과의 명성으로 부족한지 인공빙벽도 만들어놓았다.
주왕산! 운동화 신고 가서 깊은 곳까지 올라가지는 못하고
얼어붙은 주산지에 들어가-안 되는데!- 꼴값 떨었다.
{Kitsch랄까 퇴행이랄까 일시적 일탈이니 봐주시길.
그 괴상한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찍었던 데라 그런가?}
절골계곡 오르는데 ‘낮에 나온 반달’이 반긴다.
얼음빛이 저리 고울까?
숨구멍처럼 뚫린 데 들여다보니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
암벽에 얼어붙은 부처손들도 오래잖아 환생하리라.
{오므리셨던 손 어서 펴셔야지.}
이미 버린 몸, 두 번째로 온천에 담그고 나와 흑두부 먹고 잠자리로.
진보에서 조반 들고-‘정호식당’ 괜찮더라~- 문경으로.
급전 받고 병원에 들려야 하기에 급거 상경으로 끝이 좀 그랬지만... 좋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