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피었다고? LA Huntington Library에서

 

이제 좀 풀렸네요.

돌아오니 춥더라고요. 오는 날이 입춘이었으니.

입춘추위라는 말 그저 생겼겠어요?

동장군으로서는 “때 되어 간다만 패주하는 건 아냐”라는 말 하고 싶을 거고

봄처녀도 뒷모습 보이는 이 입장 고려해서 쉬 나서려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LA에서 하루, 댈러스에서 이틀, 미국에서 딱 사흘 묵고 돌아왔어요.

무슨 특사나 계약체결 차 다녀오는 mission trip도 아닌데 그렇게 되었네.

 

LA는 지금 목련이 한창입니다.

동부는 폭설이 재앙 수준이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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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묵을 걸 총각 거처를 검열하듯 아들네 들리기도 그렇고 해서 공항 근처에 방을 잡았는데

숙소에 들어가기는 이른 시각이라 몇 시간 밖에서 보내야 했지요.

Dana Point에 다녀오자고 했더니 몇 해 살았다는 녀석이 거길 모른다네.

South Pasadena까지 올라가기가 좀 멀지만 Huntington Library를 둘러보기로 했지요.

 

LA에 딱 하루만 머문다고 치고 어딜 가보면 좋을까?

바다, 산, 사막, 미술관/ 박물관, 음악회, 놀이공원, 영화산업의 메카, 한인 타운... 뭐 많고

그 중의 몇 개 뚜르르 꿸 수 있겠으나 딱 하나 고르라면

The Huntington Library, Art Collections, and Botanical Gardens를 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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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규모, 소장품, 소재, 입장료 등 관심 있는 이들은 검색해보면 되고

제가 뭐 그리 친절한 사람 아니라서 더 알려줄 것도 없는데

식물원에 관한 한 조금씩 다 있는 데라서

정글, 사막, 일본풍, 중국풍, 호주풍, 아열대, 셰익스피어, 장미, 어린이 정원 등

나름 아기자기하면서도 대단한 규모로 갖추어 놓았다는 귀띔만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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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만 보자면 인근 La Canada에 있는 Descanso Garden을 가는 게 낫겠지만

그만큼은 아니어도 Huntington에도 椿(Tsubaki, Camelia Japonica)은 널려있습니다.

강진 백련사, 해남 보길도, 여수 오동도 등지에서 보는 한국 재래종 비슷한 것이 없지는 않지만

베고니아처럼 생긴 겹꽃이 많고, 빛깔도 여러 가지, 큰 꽃들이 대세이더라고요.

일본인들이 ‘椿姬’로 옮긴 ‘La Traviata’의 비올레타가 너무 크고 화려해도 좀 그렇지 않을까?

{홍혜경이 Violetta나 Mimi 역을 맡으면 그 건강미에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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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에서 동백꽃 떨어질 때는 톡톡, 톡... 톡... ...

온가족이 순교하기에 뭘 모르면서 목을 내민 어린 소녀의...

여기서는 툭, 툭, 툭... 틉?

제가 졌다는 사실을 인정 못하겠다는 듯이 눈을 부릅뜨고 쓰러지는 골리앗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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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라고 이런 데 없겠냐만... 없다면 만들지 못하겠냐만...

아내 얘기로는 사람이 적어서 좋은 거라고!

좋은 데라서 사람 꾀겠지만 사람이 너무 많으면 좋은 것조차 그저 그렇게 되고 만다고.

{그게 한국인 잘못이겠어요? 워낙 많으니까...

에고, 울긋불긋 등산복 물결이 대박난 개미들의 식량 운반 항오(行伍)보다 더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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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그늘 아래 빈 벤치가 여럿 있지만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을 여유는 없었고

사진감독이 Magic Hour라고 부르는 볕이 기운 빛의 시간에

떨어져있는 아이들은 할 수 없고 가족 셋이나마 모여 산책을 즐겼습니다.

{좀 아래에는 Sunset Blvd와 Twilight Zone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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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기를 넘겼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