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진눈깨비
며칠 눈도 아닌 것이 비도 아닌 것이 시나브로 내리고 길이 질척거리니까
좀 지겹기도 하고 “차라리 눈 되어 쌓이든지” 싶은 마음도 있나본데
귀성길 생각하면 아무렴 눈이 더 낫겠나, 그저 이만큼이라도 다행인 게지.
눈도 비도 진눈깨비도 다 물이다.
더 찬 데는 눈으로, 도심에는 비로 내리기도 해서
비 그쳐 우산 접으면 흰 눈 뒤집어쓴 북악이 다가오기도 한다.
눈 바라는데 비 오는 것도, 비가 날 텐데 눈으로 쏟아지는 것도
맞는 사람 있는 데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눈비가 할 소린지 사람이 할 말인지
임제선사의 말씀까지 끌어오기는 과하다만 “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 하지 않았는가.}
허연 인왕산 바위를 보며 걷는데 얼굴에 달려드는 진눈깨비가 차다.
-경상도 사람은 다 ‘경제’를 ‘갱재’라 하는가?
-그 얼간이 말고 누가 그런다꼬?
-그럼 ‘춘영’이라고 해봐.
-와, ‘춘앵’이라 그라면 좋겠나?
-그야 임춘앵, 흠 꾀꼬리 얘기하자는 게 아니고 ‘봄날 진눈깨비(春霙)’ 말일세...
-그게 뭐?
-내려오는 걸 잡을 것 같아 손 뻗히면 사라진단 말이지.
-뜨물 드가기도 전에 헷소리하고 앉았다, 쩝.
나야 오는 이 없고 갈데없어 홀로 편히 보냈다만
짧은 연휴에 먼 길 다녀오는 이들 빨리 쉽게 돌아오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