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지나갔다
다 지나간다. 월드컵도 지나갔다.
그게 뭐라고 그 난리였을까? {가만 있자... 나만?}
여행, 시차, 열대야, 그런 복합요소가 있었지만
밤을 꼬박 새고 때꾼한 눈으로 떠오르는 해를 맞을 때의 부끄러움은 그건 너, 월드컵 때문이야.
도무지 시간이 아깝지 않던 젊은 시절에도 바둑 두다가 밤새고 나면 부끄러웠는데
이 나이에 뭐하는 짓이었는지?
그저 한국이 밀려나던 때까지로 종쳤으면 이런 자괴감은 없었을 것이다.
이제 뭐 지나갔으니까...
그래 지나갔으니까 “그때 그랬더라면” 이라는 아쉬움도 털어버리자.
천금 같은 찬스에 염기훈과 이동국이... 그 얘기 언제까지 할 건가?
{염기훈을 너무 오래 기용했고 이동국에게는 증명해볼 기회가 없었다는 그런 얘기도 그만 두자.}
다른 대선수들도 보니 그렇더라.
메시? 그 현란한 발재간과 많은 슈팅 기회에도 불구하고 한 골도 못 얻었던 데 뭘.
월드컵 최다 골을 노리던 클로제도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던 걸.
결승전만 해도 그렇다.
로벤이 두 번씩이나 얻은 골키퍼와의 1:1 상황? 골리가 잘 막은 것이다.
연장 시간에서 파브레가스는 왜 그리 꾸물거리던지?
확률이란 경우수가 많아야 성립되는 것이다.
던질 때마다 모나 윷이 나올 수는 없는 것.
단 한 번의 기회를 살린다?
스위스는 조별 경기에서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스페인을 꺾었다.
그리고 16강에 진출하지 못했고, 망신당한 스페인은 올라가 월드컵을 먹었다.
{홍수환이 “엄마, 나 참피온 먹었어” 그런 후에 ‘먹었다’는 말 흉하게 들리지 않던데.}
3, 4위전에서 뛰자면 얼마나 맥 빠질까?
{2002년 월드컵에서 터키를 상대로 하던 한국 팀처럼 말이지.}
동기부여가 쉽지 않을 텐데 독일과 우루과이는 멋진 승부, 명장면을 보여줬다.
{A match라기보다 클럽 대항 경기처럼 내용이 좋았다.}
결승전... 과열될 수밖에 없겠지.
손에 땀을 쥐는 장면들이 있었지만 예쁜 경기는 아니었다.
인접한 두 나라, 서양 근대사의 소문난 해전처럼 치열했는데
몸체만 커서 기동력이 떨어지던 옛날 무적함대의 몸놀림이 아니라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의 코너에서 치고 나가는 솜씨로 짧은 패스를 연결시킨 스페인 팀이 승리를 얻었다.
압박하자면 파울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다 이기고 보자는 전략이긴 하지만
거친 플레이의 네덜란드는 떼쓰고 진 셈.
월드컵에 “관심 꺼!”로 종료시각이 임박하여 마지막 한마디.
‘오심’ 얘긴데...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Bad calls are part of the mix in sports.}
욥의 위로자(Job's comforters)들이 개념 없이 지껄이는 그 분하고 억울한 말에 반박하지도 못하고
“세상은 그런가보다” 하고 살아가는 우리들.
141년 MLB 역사에 스무 번밖에 나오지 않은 perfect game의 대기록을 부정당한 Armando Galarraga
다음날 심판 Jim Joyce와 눈물로 화해했고 팬들의 박수로 일부 보상이 있기는 했지만...
에이 그게 뭐지?
{이렇게 얘기를 맺기는 좀 그런데, 글쎄 다 그런 거라니까.}
{어디다 대고 하는 맹세인지 모르지만, 나 이제 경기 관람 등으로 시간 죽이는 일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