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게 될까
간밤에 개기월식과 blood moon이 있었다.
성경에 “달이 핏빛 같이 변하려니와”라는 구절(요엘 2:31)은 예언이 이루어지는 야훼의 날의 징조를 가리키는데
그런 현상이 흔하지는 않아도 아주 없었던 것도 아닌데
‘blood moon’이라는 말 자체는 그것과는 관계없이 최신에 만들어낸 말(造語)인 것 같다.
오밤중에 수선떨었으나 삼발이도 없이 찍은 사진이라서 그냥 “그런가보다” 정도로 나왔다.
時差 적응에 더 어려움을 겪는 아내 탓하는 나도 잠자리가 뒤숭숭하다.
돌아오면서부터 그리운, 그러면 돌아가? 다시 가 봐도 “이게 아닌데...”가 뻔하지만.
교보문고에 가서 주문할 책을 적어놓다가 깨알노트를 두고 왔다.
누가 습득하면 곤란한 비밀이 적힌 건 아니지만 알려지면 창피한 게
이렇다 할 전국 맛집 정보를 꼼꼼히 챙겨두었거든.
몇 군데 다녀봤는데 아니던 걸.
하와이 사탕수수농장 노동자가 ‘소포결혼’으로 맞게 된 신부가 사진과 영 딴판일 때의 실망 같은...
진주 (육회)비빔밥? 에 그게 뭐라고?
섬진강 벚굴, 재첩국? 것도 아냐.
서해, 남해 돌아 꽃게, 젓갈, 도다리쑥국, 아구찜, 내륙으로 올라오며 산채나물, 청국장 등 집적거렸으나 별로.
“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워” 그러면 할 말 없지만, 꽃보다 사람이 많은 봄꽃 축제
그 ‘축제’라는 게 노점상에서 파는 불결한 먹을거리들을 분위기에 휩쓸려 사먹고 배탈 나는 것 아닌가?
Storytelling까지 겹친 것들 일부러 찾아가 봐도 “걔 뻥쳤구나?”만 확인하는 셈.
김연수가 그 집 묵밥이 어쩌고저쩌고 해서 일부러 김천에 들렀지만, 묵밥이 다 그렇지 뭐.
아내가 “미지근하여 더웁지도 아니하고 차지도 아니하니 내 입에서 너를 토하여 내치리라”(계 3:16)로 여기는.
갱시기, 골곰짠지 같은 거 그 동네 갔다고 다 얻어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퉁퉁장과 시래기
서울에서 몇 해 일하던 시절
점심시간이면 일찍 나오든지 아주 늦게 나오든지 하며 직원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밥 한 끼에 쓰는 돈이 아까웠거든.
마주치지 않을 만한 때에 시장 백반집에 가면 가정식 백반 2500원
월요일에는 동태국이 추가되어 3000원, 반찬이 여덟 가지 정도 나왔다.
{그 밥집 아줌마에게 아무래도 잘 뵌 게야, 동태 토막이 두 개쯤 더 들어간 게 분명했거든.}
이제는 그런 데 못 갈 것 같다. 재료를 뭘로 하는지 궁금...
그래도 이번에 다시 찾은 데가 있다.
착색제, 첨가물, 인공조미료 안 쓰고 ‘올바른’ 음식을 만든다는 밥집, 황병기, 백건우 부처,총리 등의 사인도 있더군.
9000원 자리 매생이국 시켰는데, 다시 찾아 고맙다며 5만원 하는 우족을 내왔다.
성의가 괘씸해서 혼자 다 먹고? 탈났지.
비싼 데는 상대적으로 훌륭한 음식 내놓겠지만...
아 이제 맛 때문에 “어디 좋더라” 하며 찾아갈 건 아니더라고.
집밥이 좋긴 한데, 여행 중에 집으로 초대받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폐가 되고말고.
차릴 것도 없고, 산마늘, 매실, 더덕장아찌 해놓은 거라서 내놓기만 하면 되는 집에서 찬물 말아 먹고 싶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개다리소반을 받아도 마당에 핀 모란이 눈에 들어온다면 그런 호사가 어디 있겠는가?
매화, 벚꽃,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배꽃, 복사꽃, 목련, 라일락, 한꺼번에 터진 건 보고 왔는데
흠 사과꽃은 한두 걸음 처져 따라오던가?
산벚꽃도 가로수 벚꽃처럼 먼저 폈다가 부르르 떨지는 않을 것이다. 산은 좀 찰 것이고.
좀 있으면 하얀 꽃들 우르르 몰려올 것이다.
꽃들 다 예뻐.
“나만 사랑해주세요”라고 말하지 않는 게 기특해서 “네가 제일 예뻐” 그랬다가는 곤란하게 될 것이다.
마음으로 좀 더 낫게 여기는 게 있겠지만 말할 건 없다.
사랑한다면 표현하는 게 옳겠지만
‘내 꽃’으로 찍을 이유? 없거든.
{아 물론 더 좋아하는 게 있다니까.}
찔레꽃 필 때쯤 다시 갈 수도 없겠고
한동안 잊은 듯 사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