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다 해도

 

여름에는 뭐가 많다.

 

어디서 초록 물감이 새어나와 온 땅을 물들였나 보다.

물길마다 쏟아져 흐르고

그만한 물은 하늘에서 퍼부었기 때문이리라.

물가에는 돌이 쌨다.

그리고 사람들, 산에도 물에도 길에도 사람들이 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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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넘치는 건 아니고

찾자면 안 보일 때도 있다.

꽃은 피었다가 진다고 치고

다른 것들은 다 어디로 가는지?

개구리, 매미, 귀뚜라미 우는 소리도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야단스런 코다 연주 후 갑자기 찾아드는 정적처럼 사라지더라.

{이어지는 박수 소리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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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경찰과 맞선 학생들에게는 돌 떨어질 날이 없었다.

공사장이나 철길에서 가져온 자갈들이 무진장의 탄약이었고

그마저 바닥나게 되면 보도블록을 깨면 되었으니까.

그 토하고 말게 하던 카바이드 막걸리도 주전자가 아니고 말로 시켰더랬다.

도무지 뭐가 부족하지가 않았다.

한 달이 가고 한 해가 가고 군대를 다녀와도

머무는 척하다가 떨어져나간 인연이 꼬리를 물었어도

젊음은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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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때가 있었다는 얘기.

포물선의 끝은 급격히 가파른 커브더라는 뒤늦은 깨우침.

있을 때 챙겨두지 못했다는 후회.

{다시 온다고 해도 잡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일 테니 후회할 것 없다.}

 

쿵! 희망이 낙태하는 소리? 이젠 그런 소리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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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다고 값이 떨어지지는 않는가봐.

제철과일? 지나가며 구경만 한다.

 

백도를 들라고 권하기에 배부르다며 사양했는데

집에 오는 길에 보니 두 개에 12,000원을 붙여놓았다.

{한 개 들고 올 것을... 柚子l 아니라도 품음즉 하다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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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essiveness의 반대말은 modesty이다.

 

너무 더워도 발광하지 말자.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