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더운 날
시원해지는 젊은이들과 기분 좋은 점심을 들었다.
월말에 결혼하는 이들의 주례를 맡게 되어 순서를 의논하려고.
하는 일이나 전공 등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이니까 건너뛰기로 하고
용모? 평해야 하는가?
예비신랑은 일부러는 아니겠는데 착한 눈이 똑똑함을 오히려 가려주는 인상
예비신부는 쌍꺼풀도 없는 눈이 참 예쁘고 깨끗한 얼굴.
균형 잡힌 의식을 갖췄고, 이 사회에서 당연히 다수이어야 할 건전한 시민상이다.
(비비추, 구절초 같은 이들.)
좋은 기관에서 혼전상담 코스를 마쳤다니 잔소리 늘어놓을 것도 없다.
그래도 한 마디? 세상에 좋기만 한 건 없거든.
“결혼? 하면 후회할 것이다. 안하면? 후회할 것이다.” 그런 얘기 아니고
결혼 좋지. 가정 좋지. 후회는 왜?
그러니 해야 되는 것이고, 했으면 후회할 이유 없다고.
좋기만 한 건 없다는 말은 그러니까 안 좋을 수도 있다는 뜻이라기보다
좋다는 것이 좋은 것으로 인지되는 건 좋기만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나쁜’ 것이 섞여서가 아니고 ‘다른’ 것들이 왔다가서 그런데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렇게 지나가는 철들 중에 더 좋은 계절이 있다고 치고
그렇게 사철이 있으니까 기다리기도 하고 견디기도 하고 즐기기도 하고 그런 것이다.
더 좋은 것이 있으니 감사하고 그만하지 못한 것은 “그래도 이게 어딘데?”로 받아들이니
사실 다 좋지 뭐.
좋기만 한 건 없다고 그러고선? 그러니까 좋다니까.
웃기만 하면 웃을 일 있겠어? 웃지 않다가 웃을 일 생겨 웃으니까 좋은 거지.
알아듣겠어?
참 잘한 거야. 좋은 걸 좋도록 지켜가겠지? 잘살리라 믿어.
Klimt, ‘Sunflower’
후기 내각 발표. 진 등.
더 이상 우리를 뜨겁게 하는 것들은 아니다.
비등점에 이르고서야 더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낙타 등뼈를 부러뜨린 마지막 지푸라기? 그런 것 없어.
잘 참았고 앞으로도 견딜 것이다.
나마스테!
‘아우’ 대접(?) 받는 이들이 실은 내게 베풀고 돕는 이들이다.
뜨거운 남쪽에 사는 아우가 좋은 소식 전해줬다.
더운 날에도 시원한 뉴스가 있다.
다 지나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