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기
홀딱? 아니고
벗을 만큼만 벗는다.
가만 있자, 가릴 만큼이라고 해야 하는가.
벗는가 벗기는가?
뭘?
백숙 껍질? 여우 속옷?
껍질은 왜 벗기는데?
껍질 채 먹을 수 없으니까.
알맹이가 나올 때까지로 친다면
양파는 어쩌겠냐고?
켜를 이루는 게 다 껍질은 아닐 텐데
내친 김에 속 들여다보니
속이 따로 있는 게 아니네?
이솝이야기 아직도 통하는 건지
벗기려 했던 바람이 물리적 강제력(coercive power)이라면
벗게 했던 햇빛은 설득력(persuasiveness)이겠다.
다 벗었다고
다 보이는 건 아니다.
벗고 산다고
아무 데서나 그럴 것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