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잎 하나 들고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뽑혀 쓰러지대.

떨어져 깔린 은행알들 피해 밟을 땅이 없다.

 

태풍 한번 지나가면 서늘해지려니 했는데

그렇게 쉽사리 물러설 줄 알고!

발악하는 기세로 봐서는 쫓겨 가는 패잔병이 아니다.

 

 

인왕산 올라간다고 나오긴 했는데

돈황쯤으로 순례길에 나선 것도 아니고 불볕에 웬 고행을?

체부동, 통인동, 옥인동, 누상동, 잘 모르면 그냥 효자동이라 하고

그런 데 어슬렁거리며 북악 뒤에서 피어오르는 구름을 바라보는데

마른 잎 하나 날아와 머리 위에 앉는다.

{그렇지, 수명이 있는 거니까... 더러는 좀 일찍, 더러는 더 버티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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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 잎 들여다보다가 Jeanie with the light brown hair가 생각났고

{‘금발’의 제니? 아니고}

Beautiful brown eyes가 떠올랐고

날개 달린 마음은 보리밭 위를 날게 되었다.

 

 

“보리밭에서 나왔다고 웃지 말아라”

붕붕 페달 밟으며 풍금 치면서 노래 불렀거든.

어머니께서 언짢은 표정으로 다가오시더니 그러신다.

“왜 좋은 노래에 그런 나쁜 가사를 붙였니?”

발끈했다.

“‘나아가자 동무들아 어깨를 걸고’는 소학교 용, 스코틀랜드 민요 원래 가사는 제가 부른 대로예요.

우리 음악책에도 그렇게 되어있는데...”

표정 풀지 않고 돌아서셨다. {“그래 너 잘났어. 그래도 그건 아냐.” 그러셨을 것이다.}

“친애하는 애국동포 여러분! 은인자중하던 군부는 드디어 오늘 아침...”이 방송되던 봄에

나는 X놈이 보리밭에서 뭘 하는지를 몰랐지.

 

 

빵을 먹지 않으면 보리는 소용이 없고, 그래서 보리밭을 봐도 감흥이 없다?

아니고, 보릿대 머리색을 한 아이가 생각날 거라.

한때 길들여지고 길들였던.

{좋을 때 노력하는 게 힘든 줄 몰랐던 게지, 아이는 아이고 여우는 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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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e를 사랑하니까 갈색 눈을 좋아하게 되었을 것이다.

{갈색 눈 때문에 그에게 끌린 건 아니었을 거야.}

좋아하기 전에 가까이서 들여다볼 기회는 없지.

끌려 다가갔고, 허락하면 더 가까이 가게 되겠지.

 

그리고 친밀은 아픔이 된다.

품으면 아픔을 견디며 더 나아갈 것이다.

친밀하지 않으면 슬픔이 없다.

오래 같이 가는데 슬프지 않다면?

익숙함이지 친밀함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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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잎 하나 들고...

 

왜 사냐건 웃지요?

그게 묻는 사람 무시해서가 아니고, 듣기 원하는 대답으로 여기시라는.

매일 것도 아니지만, 아무 것도 아닌 건 더욱 아니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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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하지 말아요. 김탁구 빵처럼 재미있게 만들면 맛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