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첨부터 그랬다

 

모처럼 혼자 외출했던 아내가 전화로 알려준다.

날이 너무 좋으니 카메라 들고 나가려거든 그러라고.

내다보니 하늘 참 곱다.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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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스럽다.

어느 분량만큼은 쏟아야겠다면 몇 번으로 나눠서 내리든지

꼭 한꺼번에 요절내듯 해보겠다면 추석 이후로 잡든지

바로 전날 덮쳐야 할 이유라도 있었냐고?

{측후소는 예보 기능은 없는지 고인 물로 강우량 측정만 하네?}

대목 막판을 놓친 정도가 아니라 밑천을 다 날린 재래시장 상인들과

당장 잠잘 데를 잃은 이들과 한 해 노역 끝에 얻을 게 없어진 농사꾼들과

차례에 대가지 못한 귀성객, 잘못 없이 사고에 연루되어 다친 이들, 다 어떡할 건데?

묻는다고 대답해줄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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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조선일보 기사 중)

 

 

 

‘어질 仁’이라지만, ‘天地不仁’을 두고 “천지는 어질지 않다”?

천지가 어질어야 할 이유라도 있나? 안 그래서 비난할 근거라도?

仁은 人이니까 ‘사람답다’는 뜻이겠는데, 사람 아닌 게 사람스럽지 않은 게 당연하지 않아?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이 그렇게도 멋진 말?

{사람들이 지은 것, 그중에서도 가장 인위적인 것, 사람들의 모임이란 그렇지.}

자연이라면 ‘of the nature, by the nature, for the nature’인데, 뭐 잘못된 거라도?

天地는 不仁하여 만물을 짚강아지쯤으로 여긴다(以萬物爲芻狗)?

업신여긴다기보다는 따로 골라 편애할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겠네.

 

보름달에 소원을 빈다? 에이 될 법한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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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편이 마련되어 전날 성묘 다녀오려고 했는데 그게 그만...

 

차례를 지낸다든지 가족이 모인다든지 그런 일 없으니까 그저 빈둥거리다가

늦게야 나서서 북한산 둘레길을 찾았다.

수유리나 평창동 쪽은 갔었으니 구파발 쪽 내시묘역길, 효자마을길을 걸었다.

 

숲은 젖어야 좋다.

비 그친 후에 속치마 말려 올라가듯 아래쪽부터 걷히는 안개

사람들 다닌 자리가 길이 되었을 텐데도 처음으로 밟는 것 같은 기분

바닥 드러냈던 시내를 기세 좋게 흐르는 물이 내는 소리

뭔지 모를 두런거림들

피톤치드에 두엄 냄새 같은 것까지 보탠 아로마...

숲길 걷기로는 나뭇잎에 붙었던 빗방울들 후드득 떨어지는 비 갠 후가 좋더라고.

 

“즌(泥) 데를 드데올세라” 경고했지만

쩍벌에 재주 없는 아내는 진창에 한 발을 딛고 말았다.

쩝. 큰일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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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께서는 쉬지도 못하시고 수재민 돌아보는 둥 불철주야 수고하시는데

난 뭐 사흘 동안 한 게 없구나?

워낙 줄여 말씀하시는 바람에 호의를 품고 해명해줄 여지도 남기지만 {“주어가 생략되었으므로...” 등}

에고, 네티즌들에게 또 걸려드셨구나.

  Mr. P:  기왕 (이렇게) 된 거니까, (마음을) 편안하게

  수재민: 편안하게 먹을 수가 있어야죠

  Mr. P:  (그래도) 사람이 살아야지

선한 뜻이 담겼겠는데도... 대통령 노릇 참 힘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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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불인이라고 했지만 빌기는 해야 할 것이다.

떠오르는 얼굴 없어 불특정다수를 위해서야 간절함이 덜하긴 해도

고생하는 이들 여럿인데 뭘 하긴 해야 되겠어서

무심한 하늘 두고 무심하다 하지 않고 ‘대자대비하신 하나님’께 기도드린다.

불쌍히 여기소서. 굽어 살피소서. 살길 열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