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안부
다 벗고도 뜨거웠던 날이 언제였는지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계절에
비로소 낯 뜨거워진다.
수국이 몇 번 꽃빛을 바꾸었지만
정작 많은 시간이 흐른 건 아니었다.
그새 잘 있었는가?
산 너머 먼 육천 리 삭주구성도 아니고
건너지 못할 바다를 사이에 둔 것도 아니다만
기이하게도 좁힐 수 없는 거리
“마음이 앞서서 길을 만드네
그 길 따라 내가 가네.” (정일근의 ‘길-경주 남산’에서)
아하, 따르지 못해
이렇게 안부 넣네.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도종환, ‘세월’에서)
그렇게 가는 세월에
떠내려가지만 잘 살기 바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