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강 계곡

 

광주리 인 적 없고 보따리 진 적 없는 도시여인이라도 들길에 나서면

머리와 어깨에 깃털처럼 떨어져 쌓이는 가을볕 때문일까

어머니를 느끼게 한다.

 

장바구니에 딱 한 알 넣어온 것 {그래 한 알만 샀다 말이지?} 내밀며

“이거 국광이다” 그러셨다.

{에이, 국광이면 어떻고 홍옥이면 어때-그땐 후지가 평정하기 이전- 그런 건 다 상관없고

또 사과 아니면 어때?}

빨갛게 빛나는 자태를 허물기 아까워도 먹자면 그래야 하니까 단호하게 베어 무는데

이가 닿자마자 코로 향기가 밀려든다.

떨어지는 국물이 아까워 입가를 훔친 손등을 핥기도 하다가

“엄마 한 입?” 내밀면

입에 대는 척하다가 잇자국 나지도 않은 것을 돌려주셨다.

 

어머니가 생각난다든지, 아님 다른 증상으로라도 가을을 타게 되면

나들이 한번 다녀와야 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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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진요에서 “변호사 회원 찾습니다” 하듯

조선 블로거-‘이웃’ 없이 유영하는 공간에서 만난 적이라도- 중에 의사 있는지?

내가 발목이 몹시 아프거든...

왜 그 ‘Ryan’s daughter’에 나온 Randolph Dorian 대위처럼 그렇게 걷는데

그래도 소금강 계곡 거슬러 만물상까지 갔다 왔다.

 

쉬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데라면 우이동 계곡도 괜찮지만

왜 “청산은 깊어 좋아라” 그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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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까지는 꿈도 못 꿔 비선대 정도 오르는 사람이

Far from the madding crowd까지 바란다면

오대산 소금강으로 한번 바꿔보아도 되겠다.

{계곡길이니까 트인 공간으로 치켜보거나 내려다보는 맛은 없지만.}

 

당일치기 등산객 중에 2/3는 구룡폭포에서 주저앉고

만물상까지 간 이들의 1/3만 노인봉(1,338m)을 오를 것이다.

진고개로 넘어가면 13.5km, 5시간 30분 코스인데

그게 힘들어서가 아니고 차 둔 데로 다시 올 수 없는 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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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은 두 주쯤 지나야 한창 때 모습으로 뽐낼 것이다.

어디나 까진 놈 몇은 있기 마련, 올 익고 쉬 늙지, 그렇게 먼저 붉힌 애들도 있다.

 

{강릉에 별난 커피집들 많은데 ‘커피 축제’와 묶어 일박이일로 다녀오면 좋겠다.}

때맞추기가 쉬워야 말이지

Optimum point라는 건 기계공학에서나 하는 얘기. 8:2인가 하는 주식 투자방식도 있고.

그러니 7부쯤에서 만족하기로, 전성기에 못 미쳤든지 조금 넘어섰든지.

극치조차 여럿이 함께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스르르 물러난 때 가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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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전환기

‘이미 아니’가 늘어나니 ‘아직 아니’가 줄어들지만

그 ‘이미 아니’는 갈무리되었다가 ‘아직 아니’의 싹으로 다시 날 것이다.

애석해할 일도 아니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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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물소리가 데시벨로 측정하자면 엄청 큰 소리인 셈인데

그게 시끄러워 못살겠다는 사람은 없거든.

그 ‘음향대포’인지 하는 데모진압용 무기 말인데

흥분한 군중을 더 흥분시켜 흩어버리겠다?

계곡 물소리, 프리지아 향기 아님 솜사탕 냄새 같은 걸 산포하여

사람들을 진정시키면

“내 지금 뭐하는 짓이지? 혼자서 ‘전원교향곡’이나 들으련다”로 떨어져나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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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 로비에서 동전 넣어가며 아무렇게나 올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