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 못한 절정
당신을 일찍 만났더라면!
말로 하기는 거시기해서 내뱉지도 못하는 한숨이 된 정서.
Toronto에서 Don Valley Parkway를 따라 퇴근하다가 “오메, 거긴 벌써 단풍 들었겠다” 싶어
다가오는 주말을 놓치지 않고 Algonquin Park에 가보면
“또 늦었구나!” 두터운 카펫으로 깔린 잎들을 밟다가 돌아와야 했다.
Toronto, Don Valley Pkwy에서 Don Mills Rd.가 갈려 나가는 쪽
봄날 꽃 나들이보다 때맞추기 어려운 게
만폭 병풍이 불타는 듯 단풍 한창일 때 명산을 찾는 것이다.
Towering inferno에서 탈출하는 모험게임 같은.
더도 덜도 아닌, 올라갈 만큼 올라가고 넘어서진 않은
꼭 그맘때가 내 차례와 맞아떨어질 수 있을까?
바랄 걸 바라야지, 戒盈杯(계영배)로 달랜다.
내일쯤이면 ‘딱!’이겠다.
난 열흘 전에 외설악에 들렸거든.
행락객의 폭주를 피하면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
그건 도둑놈 심볼세.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잃고 혼자 독식하면 안 되지.
다시 나갈 형편 안 되어 배 아파하면서도 친절한 척 한 마디.
단풍보다 더 붉은 등산복 행렬을 피하겠거든 미천골을 가보시라고.
그게 험한 외길로 7 km쯤 들어가기가 좀 그래서 사륜 구동이나 차축이 높은 차로 가는 게 좋겠네.
{끝에 있는 불바라기 약수 트레일이 아주 그만.}
미천골 초입에 있는 선림원 터(禪林院址)
804년 창건, 사찰이 번성할 때 쌀 씻은 물이 하류까지 이르러 米川谷 이라 했다나.
10세기 전후 대홍수와 산사태로 매몰되었다고 한다.
삼층석탑, 석등, 흥각선사탑비, 부도가 보물로 지정되었다.
미천골 들렸다가 미시령 터널 이용해 속초로 직행하든지
시간 나면 한계령을 넘든지
보다 좋은 건 한적한 길 따라 양양으로 가서
낙산사, 솔비치, 그런 데 다시 찾을 것도 아니고
폐사지나 작은 포구 같은 데에서 어슬렁거리면 어떨까?
왜 나이 들면 “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대도 추초로다” 그런 정서 있잖아?
陳田寺는 8세기에 창건, 16세기 이조의 억불정책에 따라 폐사된 듯하다.
道義禪師가 일으켰고 염거화상, 보조국사, 일연선사 등을 배출하였다.
삼층석탑은 국보 122호인데, 기단과 일층 몸돌에 조각된 천인과 불상이 세련되다.
도의선사를 조계종의 宗祖로 모신다면서, 진전사지를 그렇게 방치해도 되는 건지?
복원중창 공사-애걔?-가 진행 중이지만, 좋은 목 추려내어 직영사찰로 하는 일 말고도
종단 차원에서 직접 손댈 중요한 일들이 많을 것이다.
절간 백구는 사람 입 속으로 들어가는 사과 한 쪽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본다.
주위에 떨어진 밤이 널렸는데, 이른 아침에 나가면 한 자루쯤 주울 수 있겠다.
한겨울 다람쥐는 뭘 먹고 살라고...
잘들 다녀오시고 맘껏 즐기시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