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기행 1

 

물에 고기 있고 고을에 사람 살지만

굵은 씨알 무더기로 건지는 포인트는 따로 있듯이

아무 데서나 괜찮은 사람들 여럿 나서 ‘00을 빛낸 이들’을 내세우진 않거든.

그것도 가리지 않고 정, 관, 군, 재계, 기타 유력/유명 인사들을 배출한다기보다는

잡어가 아닌 특정 어종만 걸려나오듯 해서 藝鄕(예향)이니 하는 지역이 따로 있더라니까.

 

{출생지냐, 자란 데냐, 활동한 데로 분류하냐, 옆 동네 사람까지 붙여주느냐에 따라

넣고 뺄 이름들이 달라질 것이다.

일본에서 출생했다고 일본인 아니니까 대통령도 될 수 있고

박재삼 시인도 동경에서 낳았지만 삼천포 사람이라고 그런다.}

 

지난 봄 통영시는 윤이상, 유치환, 유치진, 김상옥, 김춘추, 김용주, 김용익, 정윤주, 김봉룡(나전칠기 명인)

통영 출신 아홉 예술인들을 기리는 엽서를 제작했다.

작고인사 우선으로 하니 그 후에 돌아가신 전혁림 화백이 빠졌을 테지만

박경리님이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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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 사람이 하나 끼어들었다.  다들 알만한 이름들, 응? 월북인사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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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정 김상옥이 통영 사람들도 모를 만큼 작은 이름인가?

 

 

 

마지막 가을나들이쯤으로 꼭 통영을 고를 건 아니었는데

통영국제음악제(TIMF) 주관 콩쿠르 개막의 윤디 초청 연주회에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학교라고 걸핏하면 휴교로 문 닫거나 휴강, 공강, 빼강 합하여 별로 나가지 않던 시절에 다닌

음악실에서 음반으로 알던 피아니스트라고는 한 세대를 앞선 분들

빌헬름 바크하우스, 빌헬름 켐프, 에밀 길렐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등이었고

한국인 연주자로 알만한 이들은 윤기선, 한동일, 그 외 음악교육에 종사하는 몇 분들이었다.

칠십 년대까지만 해도 진 별 뜨는 별 거의 다 챙긴 셈인데

그 후 ‘듣는’ 일조차 못할 정도로 바쁘고 궁핍하다가

이제 시간 좀 나고 보니 꼭 챙겨들어야 할 젊은 연주자들을 모르겠는 거라.

그래도 임동혁, 윤디 리 같은 이십대 청년 이름들은 들어서 가보게 되었다.

 

잘 하는구나. 박수 치려고 일어나고 보니 기립한 사람은 나 하나뿐, 뻘쭘, 민망, 뜨끈 이기자고 “브라보~”까지.

그런데 옆 칸의 VIP 격인 이들의 감상 태도가 불량한 거라, 인상 몇 번 긁어줬는데

알고 보니 마티 라에칼리오-윤디, 동혁, 정재원 나온 하노버 음악원 교수-와 윤디 가족 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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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 해 그늘 속에 누워 잘 안보이지만... 남망산에 자리 잡은 시민회관

 

 

‘문화마당’? 왜 그렇게 이름 붙였는데?

항남동 앞 강구안 일대에 작은 공터, 그나마 관광버스 상대의 특산품 상인들이 채운 곳.

그래도 그 앞에 방을 잡으니까 가볼 만한 데들이 도보권역이어 괜찮았다.

서호시장, 중앙시장, 남망산공원, 청마문학관, 세병관 등.

뭐땜시 청마거리, 김상옥거리라는 이름은 붙인 거야? 거기서 장사하는 사람들도 모르데.

중앙우체국 빨간 우체통 옆에 놓인 詩卓에는 씹다 뱉은 껌이 짓이겨져 붙었다.

‘행복’은 단물 빠진 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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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가 있겠지만 시인의 생가 등 흔적은 보통 소설가의 기념관/문학관보다 초라하더라고.

생전에 원고지 매수에 따라 수입이 정해졌기 때문은 아닐 것이고

지자체 등에서 지어주는 경우도 있겠는데

생존하는 이외수, 조정래, 그리고 가신 분인 황순원, 박경리 같은 분들 경우와 비교하자면

오래 되었다고는 하지만 청마문학관은 눈물 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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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뭐, ‘가족’은 아니었으니까...

거기서 ‘丁芸(정운)’이라는 존재는 최소화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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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이 그랬음을 감안하더라도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했던 분보다는

“오면 민망하고 아니오면 서글프고... 정작 마주 앉으면 말은 도루 없어지고...

일어서 가면 하염없이 보내리라.” 그런 분이 더 낫던 걸.

에고, 다들 참 안됐어.

 

  너는 저만치 가고

  나는 여기 섰는데

  손 한번 흔들지 못한 채

  돌아선 하늘과 땅

  애모는 사리로 맺혀

  푸른 돌로 굳어라

 

   -이영도,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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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사지 (산청)

 

 

 

동피랑은 괴발개발 그려 넣는 벽이 아니고 마을이다.

마을이니까 사람들이 산다.

벽화 때문에 떠나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렇게 알려져서 불편하게 되었다.

건강한 사람이야 ‘건강’을 입에 올릴 것도 없는데

여기에는 벽보용 꿈과 희망이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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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ke Place Market, Seattle을 연상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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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프레임 삼아 포즈 잡고 한 모금 빠는 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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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고 다니냐?

네티즌들에게 알려진 곳들 별 거 아니더라.

서호시장에 새로 난 시락국 집 괜찮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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