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November는 아홉째(novem) 달인데 어찌하여 열한 번째 달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는가?

본래 열 달로 나눴다가 January와 February가 붙어 열두 달이 되었는데

그래도 November가 11월로 밀려가게 된 건 7월과 8월에 황제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Julius Caesar → July, Augustus Caesar → August

힘 있는 자들은 제 존재를 어떻게 해서든지 영구화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만리장성 등 대규모 토목공사를 일으키거나 남을 만한 이것저것에 제 이름을 붙이거나 한다.}

미틈달?

멀쩡한 걸 고치자면 다소간에 억지 부림이 들어가야 할 것이다.

{공감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만만찮은 떼쓰기로도 알려진 단체에서 첨으로 사용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

고운 우리말로 달 이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 가상하고 ‘미틈달’의 어감도 괜찮지만

무슨 다다이즘스런 발상이 아니라면 말에 뜻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미틈달에는 ‘겨울로 치닫는 달’, ‘가을과 겨울 틈새에 있는 달’이라는 풀이가 가능한 여지가 없다.

‘미트다’, ‘미틀다’라는 말이 있는지, 뜻이 뭔지 뒤져봐도 일부 지역에서 ‘밀다’에 유사한 용례로 사용하는 정도.

차라리 어느 인디언부족이 그리 부른다는 ‘모두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달’이라면 어떨지?

아니면 김부자가 부른 ‘달타령’에 나오는 ‘문풍지를 바르는 달’-음력으로 10월-이라도 괜찮을 것이고.

잎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철(fall)이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헤어짐과 끊어짐이 자연스러운 때는 아니다.

일부러 스산한 마당을 골라 그럴 것 없고,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최백호?}

그래도 어쩌겠는가,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이건 알고.}

11월 11일.

빼빼로데이? 그건 아니지.

{상업적 성공을 시샘했는가, 가래떡데이나 젓가락데이로 하자는 제안도 있단다.}

스무 해 살던 캐나다-영연방 다른 나라들도-에서는 Remembrance Day로 지킨다.

{전몰용사 추모일, 일이차대전 기념일, 재향군인의 날, 종이양귀비를 단다 하여 Poppy Day}

발목이 두어 달 불편하기는 했지만 통증은 거의 가셨는데-아픔 또한 지나가리라!-

“일부러 키울 게 뭐냐?”는 나무람 듣고 대학병원에 갔다가 MRI 포함 진단료 100만원.

조금씩 아꼈어도 이렇게 한 방에 날아가면? 허탈!

{꼭 필요한 것이면 보험 카버를 해주든지, 아니라면 강권하지를 말든지.}

그냥 집에 가면 될 것을 백화점 초청 무료입장 콘서트에 들어갔더니

11월은 김현식이 간 달이라며 그의 노래를 부르네, 쩝.

허탈 무드 연속에 ‘돼지부속’ 집에 갔더니 불판 갈아주는 아줌마가 벗어둔 옷에 고기를 쏟고는

“사장님 이를 어쩌지요?” 한다. {나, 사장님 아니거든.}

울상인 여인에게 팁까지 남김. {실비집에서는 드문 일.}

돌아와 TV를 켜니 강대국 황제가 복속국가의 수반이나 사절을 접견하는 듯한 장면이 방영된다.

뭐랄 건 없다. 높아진 ‘국격’(?)에 대다수 국민들도 뿌듯할 것이고.

{지난여름 토론토 방문 시 목격한 G20 분위기는 국지성 격렬 데모 잠깐뿐, 주목할 게 없던데...}

좀 뭣하지만 한 군데 꼬집어도 될는지?

택시기사 두발 검사, 오물수거 일시중지 등 행정지침에 협조하는 높아진 시민의식은 그렇다 치고

손님들 ‘즐감’하시라고 바람에 떨어지지 않도록 감들을 철사로 매어놓았다는 얘기... ㅠㅠ

‘마지막잎새’의 눈물겨운 안간힘이 웃겨도 안 우스운 생쇼가 되고 말았구나.

‘높고 푸른 가을하늘’말고 자랑할 게 별로 없던 시대도 아닌데.

두 주 전 산청에 들렸을 때 얘긴데

렌즈를 어디다 들이대든지 뷰파인더에서 ‘감’을 뺄 수가 없더라고.

따지 못해 그냥 떨어진 감도 널렸던데

지나가던 동네사람이 “이거 두면 뭐 하겠냐?”며 몇 개 따주더라고.

그랬는데...

하루 갔고 또 하루 와서 새 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로 됐고.

11월 좋아한다며?

끝 가깝다고 끝은 아닌, 끝에 이미 ‘새~’를 품고 있는 달.

November는 Novum-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