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타페(Santa Fe)에서 1

 

관광 안내책자에는 괴테의 말이 더러 실리기도 한다.

“시인을 이해하자면 그 시인의 나라로 가야만”이라는.

(Wer den Dichter will verstehen/ Muss in Dichters Lande gehen.)

Georgia O'Keeffe(1887-1986)를 만나겠다고 Santa Fe를 간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산타페를 갔는데 그녀를 보지 않겠다? 그건 말이 안 되지.

Georgia on my mind까지는 아니었어도 별난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잘못된 건 아닐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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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시작은 Georgia O'Keeffe Museum이었다.

그냥 그래. 뭐가? 화첩, 도록, 사진으로는 다 본 그림, 대작들은 여기저기 유명 미술관에 흩어졌을 테고.

그래도 그렇지 않은 것이 사당(祠堂)이 여러 곳에 있다 해도

혼백(魂魄)이 딱 거기에서나 제사나 치성(致誠)을 받을 것 같은 데가 따로 있잖니?

{꼭 한 군데 영험한 데를 찾으라면 Ghost Ranch가 거기겠지만,

이미 관광특구로 상업화가 되기도 했거니와 아기와 같이 하는 여행이라서 못 들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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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되는 컬렉션, 미술관 규모는 한국 지자체에서 설립한 고장 출신 시인의 생가 정도이지만...

그래도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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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만 아니고 watercolor, 유성 파스텔, 색연필, 목탄 같은 걸로도 저런 색깔이 나오는구나.

같잖고 어쭙잖은 그 무렵 비평가들이 Freud를 들먹이게 했던 작품들 보며 썩소 피식 날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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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전시회의 악평에 충격을 받아 ‘멀쩡한 보통 꽃그림’을 그린 적이 있고,

뭐 이상한, 속 보여주는 꽃그림도 제법 되지만, 그녀를 “아, 그 꽃 그린 여자~”로 기억할 건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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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기 기술이라는 게 잘되든 안 되든 처음에는 상세(詳細) 묘사(描寫)로 시작할 것이다.

알아보면 되니까 특징만 추리면 약화(略畵)가 되겠고,

일부러 왜곡할 건 아니지만 강조점을 극대화하면 희화(戱畵)가 되겠네.

그리기가 꼭 ‘뭔지 알아보게’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꼴’을 이룰 필요도 없으니까

‘art non-figuratif’가 되었을 것이고.

그런데, 구상(具象)과 비구상(非具象)으로 나눌 만한 금(境界)이 있기는 한가?

한시(漢詩)에서만도 아니고, 받아들여 감흥이 일고 표현하는 과정을 굳이 이른다면 선경후정(先景後情) 아니겠는가?

추상(抽象)은 자연스럽게 따르는 것, 사실(寫實)로는 다할 수 없어서 내부로 들어가는 길.

추상은 불필요한 것을 들어내 버림이 아니고 있는 것을 다 감싸 안음이다.

{챙겼는데도 버리고 난 뒤보다 더 가벼워짐을 아는지?}

뭘 모르니까, 할 줄 모르고 볼 줄 모르고 말할 줄 모르니까 주절댈 수 있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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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금지’ 딱지 붙은 몇 점 빼놓고는 전시품을 다 찍은 셈인데, 그렇게 ‘품팔아봤자’이지만...

음, 이거 하나 딱 꽂혔네, ‘Pelvis’ 시리즈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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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양화(?) 초보 같은 것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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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봤다고 진이 빠질 정도의 규모는 아니니까, 음 아기 떼어두고 나왔는데 한 군데 더 가보자면...

옳지, 장터(farmers market)가 근처에 있지.

오일장 노점상보다 못한 규모, 그래도 ‘유기농’이라고 값이 세다.

입구에서 라벤더 한 줌-“애개~” 사이즈- 12불 주고 샀는데, 몇 걸음 더 나아가니 3불’이네.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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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 돌아가는 여인을 불러 세웠다.

-그림이 될 것 같아서...

-색깔 때문에 그러는구나?

{“내가 잘 빠진 게 아니고 옷이 맘에 들어서?” 그런 뜻이겠는데, 흠 나이가 좀 들긴 했다만}

-아, Georgia O'Keeffe가 색깔은 꼴보다 더 많은 걸 말한다고 그랬잖니. {김구라 말}

그렇게 서로 기쁘게 한 컷. {에비, 몰카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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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은 Leonard Cohen이 부르는 “Dance Me To The End Of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