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에도 서정시는
“전쟁 났다는데 그러고 있어도 괜찮은 거예요?”
그건 재외동포들 인사.
여긴 뭐 만성이라 그런지...
예전엔 무장공비 침투라는 호외가 돌면 라면 사재기 같은 소동도 있었다던데?
대포 몇 방에 무너질 나라 아니라서 그런가
서부전선 이상 없고(?), 증시, 아시안게임, 청룡상 시상식... 그냥 그렇게 굴러가네?
어려운 때에 밀어드리고 힘 실어드려야 할 텐데...
그 bomber jacket은 입지 마셨으면 좋겠네, 어울릴 게 따로 있지. {아휴, 한숨 푹~}
초등학교 시절에야 대운동회 하던 운동장이 그렇게도 커 보이고
선글라스와 파이프 따위 소도구를 갖춘 맥아더 장군 우왕 멋져~였지만
에이 이제야 어디...
{Macho 이미지 창출에 실패했다고 누가 좀 일러드리지 않고.}
역사의식도 지능지수 식으로 계량할 수 있다면 未堂은? 말을 말아야지.
그러면 그때 뭘 할 수 있었을까?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됐지.
이외수 아저씨 {내가 논산 군번으로 서너 단계 앞이겠구먼.} 트위터에 올린 글:
“나는 비록 늙었으나 아직도 총을 들고 방아쇠를 당길 힘은 남아 있다.
위기상황이 오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전장으로 달려가겠다.”
이를 두고 전쟁을 부추긴다느니 말이 많아지자 푸념:
“날보고는 닥치고 글이나 쓰란다. 푸헐.”
그러네 뭐, 글이나 쓰시지.
그런 거 있잖아, ‘시인과 농부’라는 사회계약!
농부야 삼천리강산에 새봄이 오거든 밭 갈고 씨 뿌릴 것이고
시인은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을 노래했으니까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지 않았더라도 당당하게 밥 얻어먹을 수 있겠다.
{단, 농부 즈문(千)에 시인 하나 정도 비율이어야겠지. 베짱이가 많으면 곤란해.}
나도 뭐 가만있는 게 돕는 거라
변방인이야 거치적거리지 않도록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되지만
숨죽이고 오래 있을 수는 없으니까
포성 그치지 않았어도 고개 들어 두리번거린다.
{“대가리 꼬라박아!” 왕년에 원산폭격이나 쥐잡기 등 얼차려로 고통 주는 내무반장에게
“이걸 왜 해야 되는데?” 고개 들던 장정은 멍석말이로 죽다 살아났다.}
토목공사, G20 의장국, 스포츠 강세, 한류 수출... 대한민국의 태평성대를 딱 짚어줄 말
내우외환, 외화내빈의 반대어쯤 될, 촌철살인의 멋진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가만 있자.
노래하던 사람은 노래하고 춤추던 사람은 춤추고
쪼옴 그렇거든... 청룡영화상 자리에 선 여우들 의상처럼 덜 까고 검정 톤으로...
뭐 그쯤 예의 차리면 되겠다.
“남자들은 다 그래”라는 여자의 고정관념을 어떡하겠는가
정치인이라고 다 조배호, 강태산, 조필연 같기야 하겠는가마는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 있다면 또 어떡하겠는가?
응징이니 확전이니 목소리 돋우는 건 헌법보다 상위개념인 국민정서법 때문인 줄 아니까
눈물겨운 보신책에 뭐랄 것 없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데
어디 하늘이 무너지겠는가?
우리는 그저 노래하자.
더러 일하고 더러 기도하고.
슬플 때에 노래하고 포연 속에서 서정시 읊는 사람들
다 제 할 일 하는 줄로 알고 내버려두자.
군인, 주민, 다 제 자식이고 친척인데
콘크리트 밀림이 요새인 줄 알아 덜 위험하다고 여기는 이들에게조차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일이니까
나 몰라라 하는 건 아니고
살아있는 동안에는 살았으니까 할 수 있는 일들 그냥 하는 거다.
그리움이다가 슬픔이 된 것, 조금 이겼는데 천하를 얻은 것 같은 기쁨
시시한 일로 걱정하고 울고 웃는 얼굴들...
전체적으로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개인적으로 내출혈이거나 샘물 같은 흐름이 따로 있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