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인천공항은 육로로 연결되기는 하지만 섬이니까

가자면 개펄을 지나야 하는데

물때에 따라 드러난 뻘을 보거나 찰랑거리는 물을 보게 되기도 한다.

한참 떨어진데다 문 닫고 빨리 지나가니 냄새가 전달되는 건 아니지만...

 

  이 질퍽한 뻘내음 누가 아나요

  아카시아 맑은 향이 아니라 밤꽃 흐드러진

  페르몬 냄새 그보다는 문클한

  이 질퍽한 뻘내음 누가 아나요

   -송수권, ‘뻘물’ 중-

 

그건 됐고... 눈 깜짝할 사이에 돌진하는 뭣 같은 조형물이 반기는 공항으로 진입한다.

 

그게 그러니까 호랑이 담배 필 적 얘기지, 꽤 됐는데

김포공항에서 Northwest 타고 나가는 게 유일한 출로일 적엔 말이지

보내는 사람들은 송영대에서 가는 이의 등을 보며 눈물을 훔치고

가는 이는 걸어서 트랩을 올라가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쓱 돌아서서 누군지 확인되지도 않는 무리를 향하여 손 흔들고 하늘 한번 치켜보고는

구멍 속으로 사라졌다고.

대합실에는 구석구석에서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를 부르는 무리들로 혼잡을 이루었기에

‘이별은 집에서 예배는 예배당에서’라는 경고 벽보까지 붙여놓았더랬지.

 

왜들 그리 울었을까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는 것도 아니었는데.

‘무운장구’라는 어깨띠 두르고 지나 반도에 총알받이로 끌려가는 지아비와 아들들을 실은 도라꾸가

흙먼지의 후폭풍 뒤로 사라지는 길을 비애와 절망을 담은 눈으로 바라볼 때와는 사뭇 다른 경우인데도 말이지.

 

“얼른 마치고 돌아와 조국에 봉사하겠습니다”라는 유학생들, 그 후에는 서독 파견 광부와 간호사들이 줄을 이었지

“저 멀리 아메리카로 떠날 맘 간절하다 널 다시 만나잖을 멀고 먼 나라로”라는 정서로 나간 건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는 이들 없었겠냐만

왕년의 대스타가 그런 말 한 적 있는 ‘사랑하기에 헤어진다’? 그건 아니었거든.

 

사랑하는 사람이 울면 그건 네 잘못이야.

“뭘 어쨌다고? 난 하나도 잘못한 게 없어.” 할 게 아니거든.

우는 아이 달래려다가 더 크게 울어댄다고 귀싸대기 부치듯 해야 되겠는가.

울지 말라고 하면서 저도 울어야 하는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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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줄 알게 하소서 잃을 줄 알게 하소서”라는 노래가 된 시가 있기는 한데

잃을 수밖에 없어 잃으면 잃는 거지 연습할 건 없거든.

철학은 죽음의 연습이니 종교는 죽음의 준비니 하지만 그게 뭐 준비하고 연습할 거겠어

죽어가고 있는 중인데.

죽음은 종장에서 발생한 단 한 번의 사건은 아니고 과정이니까.

살면서 소멸하는 중이고 사랑하면서 잃어가는 것.

엔트로피의 법칙이니 할 건 아니지만, 그냥 생성 때부터 해체와 전이가 진행되었으니까.

 

수속 마치고 시간 남아돌아 커피 한잔 할 때면

아주 오래 전 일도 아닌 것들이 걸인처럼 다가와 손을 벌린다.

연평도에서 포격에 그슬린 소주병-폭탄주?- 같기도 하고

한참 더 된 건가? 사비성 터에서 나온 타다 남은 군량미 같은 것들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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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먼저 찌름과 아픔의 가시가 돋더라고. 

그것도 예쁜 줄 알고 품은 다음에야... 

 

 

Last call에 정신들 때까지 멍하니 앉아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