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아야한데이
부산 살던 아우가 훌쩍 가버리고
별로 왕래 없던 제수와 아우의 아우-그도 아우겠네?-에게 문안 넣기도 그랬는데
사십구재 지나고 이러구러 또 얼마가 흐르다가
해 지나기 전에 날 보겠다고 일부러 올라왔다니
낯이 없구나, 우찌 만날끼고.
{마침 내 귀 빠진 날이기도 했는데 저녁 혼자 먹지 않게 됐다만.}
온라인으로 만난 손아래 벗의 부인이니 집안어른도 아니면서 당부할 것도 아닌데
혼자 남겨진 이에게 인사는 해야겠어서...
우예든둥 잘 살아야한데이.
그래, 그녀 아니고 누구에게라도
떠나는 이, 오래 못 볼 이에게 할 말이 뭐 따로 있겠는가?
“몸 성히...” 말고, “잘 살아야 해” 말고.
터놓고 지내지는 않지만 절기인사는 빠뜨리지 않아야 할 이들에게 뭐라도 한 마디?
근하신년? 연하장에 인쇄돼있는 상투어를 구어체로 사용하지는 않더구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무슨 복?
만수무강? 한없이 오래 오래 살라는 게 그게 그게...
그냥 잘 살라고 그러면 안 되는가?
{잘 먹고 잘 살라는 빈정거림이 아니고.}
무릇 생명이란 살아남는 것이 일차 목표이고
생존이 확실해지면 잘 살기를 바랄 것이며
잘 살면 더 잘 살기를 도모할 것이다.
뭐가 잘 사는 건지...
사람이라고 다 사람 아니고 사람이라야 사람이니까
참사람, 그렇다고 별난 사람 아니고 그냥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면 되겠네.
사람다움을 보장하고 사람다움이 고리가 된 관계 속에서
가지지 못한 사람이 많이 가져서 미안해하는 사람을 감싸주면서
갖추지 못해 나눔(按分)의 몫이 적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
그저 받은 만큼만 누리며 그게 어디냐며 감사하면(安分)
잘 사는 것 아닌가?
{착하다고 혼자서 잘 살 게 되지는 않으니까 사회적 협약과 보장이 필요하겠네!}
(글씨: 尤菴 宋時烈)
남 얘기 할 게 아니고 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낭비해도 될 만큼 부요한 삶이란 없는데
쌀독에서 바닥 긁는 소리가 날 즈음 정신 들었다 치고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싶은 초조함이야 있고말고.
치명적 열정을 제어하려는 틀에 너무 쉽사리 절망하고 마는 치명적 약점을 어찌 할는지
일단 오래 사랑할 대상 하나를 콕 찍어야 할 거야.
“내 사랑은 네게 낭비하고 그 거룩한 낭비로 인하여 얻은 게 더 많다”는 후회 없는 삶.
죽고 싶다는 사람이 너무 많은 세상에서 살리며 살고 싶다.
살아야 할 이유와 살만한 세상의 의미는 제가 만드는 것
그렇다고 “그건 네가 만들어야 돼” 야단칠 게 아니고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해도?” 라고 말 건네고
“그래도 죽을래?”라는 확인에 설레설레 흔들며 생글생글 웃게 만들기.
형편없음과 범상치 않음 사이를 조심성 없이 줄타기하다가
떨어지기도 많이 떨어졌지.
크게 다치지 않았고 골병들었다 할 것도 아닌데
이제 좀 쑤시기도 하고 그런다만
그거야 오래 써서 그렇게 된 마모(fair wear and tear)이니 비관할 것도 아니네, 뭘.
나의 인생관과 새해의 목표를
조~오 쪼가리에다가 글 씨가 전봇대에 가따 부칠 것도 아이고 말이제...
아, 싱거운 얘기 하나 하고 마치지요.
오래 된 조선블로거들 중에는 글발에서 솔솔 풍기는 인격의 향기랄까에 끌려
오프라인 미팅도 하고 싶은 사이도 더러 있겠는데 말입니다,
자녀손 거느린 할배 할매들이 그 나이에 좀 그렇거든요.
암튼, 부산 사는 A여사가 어렵사리 핑계 만들어 서울 사는 B선생을 보러 상경했는데요,
하 요즘 좀 추워야 말이지요, 부산 날씨와도 다르고
부산 녀 A: 날이 춥지예? {이하 A로}
서울 남 B: 별로 안 춥습니다. {이하 B로}
A: 좀 춥지예?
B: 안 춥습니다. 이까짓 날씨쯤이야...
A: 참말로 안춥능교?
B: 예 안 춥습니다.
A: 문디, 지랄하네. 머스마 주디가 시퍼렇더마는...
머플러를 벗어 감싸주든지 언 손을 잡아주었더라면...
그게, 그 나이 되어 외모로 끌리는 건 아니기도 하지만...
2011년이라고 더 쉬운 해이겠습니까 마는
우예든둥 잘 사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