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 (須臾)

 

에헤 그것 참

아하 그게 좀 

 

 

그냥이라고 하지요

그냥

 

 

11010901.JPG

 

 

 

달 따라 헤아리는 셈으로는 설도 안 지났는데

며칠 추운 날들 계속된다고 해서

봄이 오자면 멀었냐고 그러면 어떡해?

Are we almost there?

어른의 성화를 두고 매화타령이라고 그러네.

 

흉보더라도 할 수 없네.

동백 또르르 굴러다니고 납매 필 때쯤 되거든

남도 어드메에서 마주치기라도 할 것 같아

목이 점점 길어지는 중이거든.

 

말로 하기는 좀 낯 뜨시다만

 

그립다는 것은 당신이 조개처럼 아주 천천히 뻘흙을 토해내고 있다는 말

그립다는 것은 당신이 언젠가 돌로 풀을 눌러놓았었다는 얘기

그 풀들이 돌을 슬쩍슬쩍 밀어올리고 있다는 얘기

풀들이 물컹물컹하게 자라나고 있다는 얘기

{문태준, ‘뻘 같은 그리움’}

 

 

11010902.JPG

 

 

 

겨울잠으로 빠지지 않고 봄 기다리기가 그렇게 지루할 수 없지만

지나가고 돌이켜보면 다 수유간인데

문태준은 그걸 ‘한 호흡’이라고 그러던가

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뭐 “앉았다 일어섰을 뿐인데” {정끝별, ‘늦도록 꽃’} 정도이기도.

 

얼마나 짧으냐 하면 ‘수염(須)이 잠깐(臾) 사이에 자라는 정도’인데

그 잠깐이란 깍지 낀 두 손으로 사람을 들어 올림, 그러니 이내 내려놓을 때까지?

그렇게 풀어주면 안 되어

 

When the girl in your arms

Is the girl in you heart

Then you have got everything

(... ...)

With the love of your life

Spend the lifetime of love

Make her yours for evermore

 

So hold her tight

And never let her go

 

그러니 안고 있는 동안도 짧다 할 건 아니네?

예순 갑자를 돌아나온 아버지처럼

그 홍역 같은 삶을 한 호흡이라 부르자 {문태준, ‘한 호흡’}

들숨 날숨 한 번에 한 여자 안고 있다는 게

“허허, 참”이네.

 

 

11010903.JPG 

 

 

 

막내가 지난 성탄에 형 보겠다고 LA에 들렸다가

뉴욕에 내린 폭설로 돌아가지 못해 며칠 빈둥빈둥,

그 사이에 할 것 없어 고물 기타와 장난감 키보드로 딩동딩동

‘In the Aeroplane Over the 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