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타령
-달 봤어?
-갖고 싶더나?
김동리는 ‘보름달’이 좋다고 했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좋은 시간은 짧을수록 값지며, 덜 찬 것은 더 차기를 앞에 두었으니 더욱 귀하지 않으냐고 하지만, 필경 이것은 말의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행운이 비운을 낳고 비운이 행운을 낳는다고 해서, 행운보다 비운을 원할 사람이 있을까?
나는 초승달이나 그믐달같이 불완전한 것, 단편적인 것, 나아가서는 첨단적이며 야박한 것 따위들에 만족할 수는 없다.
좋다면 좋은 것이다.
사람 따라, 또 그 사람 기분 따라 그믐달이 좋다는 때도 있겠으나, 누구에게도 보름달은 좋다.
보름달이라고 다 같은 건 아니어서
한가위(仲秋明月)나 정월대보름처럼 크기도 하고 대접도 받는 달이 있고
바라보기만 해도 시린 찬 달(寒月)-그야 추울 때(嚴寒)이기도 하니까-도 있고
원호(圓弧)의 경계가 선명하지 않게 부푼 달도 있다.
어지아래 밤인가 중천을 질러 달려가던 섣달의 보름달은
눈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뇌를 냉동시킬 것 같은 한기로 다가오더라.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 올리기’ 개봉 박두를 알리는 포스트가 공개됐는데
아이들 쓰는 말로 “It's chizzy.”라고 할는지... 좀 그러네.
명사의 깜짝 출연(cameo)이 드문 건 아니지만
연출자의 ‘작열 카리스마?’가 李奎報의 ‘우물 속 달을 노래하네(詠井中月)’와 어울리는 건지?
山僧貪月色 산 속의 스님 달빛을 탐하여
幷汲一甁中 동이 속에 달도 길어 담았네
到寺方應覺 절에 이르면 깨닫지 않겠나
甁傾月亦空 동이 기울면 달도 비워지는 걸
잡았다가 놓친 게 아니고 아예 없었던 게지.
병 속에 가둘 것도 아니고, 아니다, 우물에 들어있지도 않았다.
무엇을 움켜쥔 게 아니니까 놓아줄 것도 없네.
있다면 있는 것에서도 빔을 보네.
{色. 中, 覺, 空이라...
우리야 왕창 놀면서도 ‘말짱 헛것’임을 놓친 적은 한 번도 없거든.}
강희맹(姜希孟)이 ‘끼적여 강국균에게 준(作墨戱題其額 贈姜國鈞)’ 시에서
‘뻔할 뻔’자로 주절거린 얘기:
뭐가 뛰어들었나 파문 일어 강물에 뜬 달 일렁이기에
부서졌나 하고 조각 만져보려 했더니... {대충 그런 뜻}
水月性本空! 그거 애초에 꽝이었거든.
{뭘 그리도 길게 웅얼웅얼? 몰랐냐고?}
“Till we meet again(再見)!”이라 인사하고 돌아와서 또 뭐라 할는지
잘 자요? 당부 없어도 잘 잘 것이고
좋은 밤 되세요? 뭐가 좋은 밤?
{Good Night, Gute Nacht 등의 옮김말이겠지.}
늦었군요, 그럼~(晩安)
{달리 할 말 없네}
더러 좋은 꿈꾸라는 군말도 붙일 것이다.
뭐가 좋은 꿈이겠는가?
{왕후장상이 될 것도 아니고, 복권 산 적도 없고}
꿈길 밖에 길 없는 우리의 신세
님 찾으니 그 님은 날 찾았고야.
이 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같이 떠나 노중(路中)에서 만나를지고.
자야 꿈꿀 것인데
꿈에서조차 어긋난다면
잠은 탐해 뭣하랴?
그래도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