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iree
佳人, 才人이 많고 갈 데와 맛난 음식 넘쳐나는 도시에서
빨간 우체통과 공중전화 박스는 사라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심사정, ‘梅月滿庭’
같은 전화라도 스마트폰 스르르 만져 연결된 것보다는
대보름인지 모르고 나왔던 사람이 ‘아니 저런? 그분도 모르고 있는 거 아냐?’ 해서
잡음 나는 공중전화로 알려줄 때에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라는 감동이 더할 것이다.
“동전 가진 게 별로 없어 끊어지면 그런 줄로...” 그러고는 단절이 발효되면
다시 전화가 올 건지, 그래서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지
어딜 가서 마주치면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로 몰고 갈 수 있을지 궁리하다가
달 보면 됐지... 일단 나가기로.
달은 뭘 먹었는지 내장까지 보여줄 만큼 투명한데
임의 속은 들여다볼 수 없구나.
한번 부딪치고 두 번 헛디뎠지만 달 쳐다보며 걷는 게 좋았는데
돌아오는 길은 달을 등질 수밖에.
거리의 불빛 없다면 긴 그림자 밟으며 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