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푸레나무

 

여자 같은 여자의 여자다움이 뭔지 딱히 정해진 게 없고 누구나 동의하는 것도 아닌데다가

그런 게 있다고 치고 그게 다, 그리고 늘 좋은 건 아니지만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여자” 아니고는

누구를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해서 오규원만큼 글을 쓸 수 없는 남자라면 시인의 ‘한 잎의 여자’를 베끼며

“내게는 당신이 바로 그 여자입니다”라고 고백했을 것이다.

{요즘이야 그런 편지 쓰는 애들 있겠는가마는.}

 

물푸레나무 그림자가 뭐 슬프냐?

물푸레나무 한 잎이 나뭇잎들 중에서도 그렇게 쬐그만한 건지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이 별난 건지

그거 순전히 이름 때문이 아닌지

생김새나 마음씨와 상관없이 순전히 이름 때문에 호감이 간 미지(未知)의 여성 같은 경우처럼 말이지

껍질을 벗겨 물에 넣으면 푸르스름한 빛깔이 연기처럼 풀어지며 물을 푸르게 한다고 해서

물푸레나무라고 그랬다는데

{속살도 파래서 靑皮木이라고도 한다대}

아 그거 어감 좋네{은사시나무가 그렇듯이 말이지}

그러니 이름 잘 얻은 덕에 물푸레나무는 팬들 많이 얻은 셈이네.

 

뭐 내가 물푸레나무가 얻은 가외점수를 배 아파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조형성과 건강미에서 우량한 여인보다는 작고 슬퍼 보여 끌린다고 할지

그 솜털이라는 것도 그러네, 괜히 귀를 먹고 싶은 식인(食人) 충동도 유발하는... {이쯤.}

딱히 하고 싶은 얘기라고 내세울 것도 아니지만

좋아서 좋아하는 게 아니고 좋아하니까 좋더라는.

안 그래?

 

{오규원의 ‘한 잎의 여자’와 김태정의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옮겨 쓰지 않아도 되지?

오규원 시인은 그렇다고 치고, 김태정 시인은 너무 일찍 가셨네.

사람의 종류를 선별하여 사자(使者)가 먼저 부르고 오고 그러지는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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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창에서

 

 

 

이팝나무 꽃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그만해도 길쭉한 흰 꽃 단 걸 두고

“그건 쇠물푸레나무야.” 그러기도 하던데

류(類)가 같다고 해도종차( 種差)를 구별해야 안다고 할 수 있긴 하지만, 그래서 뭐 하게?}

 

여기도 물푸레나무가 있다.

Korean mountain ash라고 하며 집안에는 그렇고 공원에 심기도 하는데

나무의 정서(情緖)야 다르지.

{사실 잎 모양도 다르다.}

그래도 백점병(白點病)에 걸렸는지 얼룩한 어린 나무 수피(樹皮)를 보며 “Hi~”

 

 

사실 재질(材質)로 치자면 단단해서 몽둥이나 도리깨 휘추리, 코뚜레, 호미/ 괭이자루 같은 것들을 만드니

연약한 건 아니지.

그만큼 큰 나무를 두고 “슬프다~” 할 것도 아니고.

{성질이야 겉 보고서 알겠나, 겪어봐야...}

 

 

그대 이름을 (도종환 시, 이건용 곡, 전경옥 노래)

 

 

새 집 내었어요.

주소는 http://salimcom.org

헌 집 부수지는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