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와 그의 아이들
더 많은 걸 기대하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뭘 어떻게 해보자는 것도 있는 것 가지고 하는 것이다.
원자재 빈곤을 두고 걸작을 기대할 수는 없지.
창조경제라는 것도 그러네, 있는 것 가지고 뭘 어떻게 해보기.
없는 걸 어떡해? 아하 참, 못 알아듣네, “없으면 없는 대로 있는 것 가지고”라니까.
“그만하면 잘한 거지”라는 반응에서, ‘그만하면’은 평가가 아니고 사실이다.
그만한 걸 두고 잘했냐/ 못했냐라는 건 관중 생각, 평론가 생각, 광수 생각.
‘그만하면’이라는 뜻은 “그 선수들 데리고” “가나 전 때만 해도” “상대의 랭킹이나 전력으로 볼 때”, 그러니까
“행여나 하는 기대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내 그럴 줄 알았어’라는 카드 준비해뒀거든.”
“마음 비웠다”-제가 무슨 김영삼이라고? 나중 보니 마음 비우지 않았던데 뭘-
그런 바닥 친 기대치로 봐서는 뜻밖의 성과라는 말이렷다?
12년 전에 사강(四强)에 진입한 적 있다는 기억, “즐거웠던 옛날의 그 노래를 다시 한 번 들려주오”
에 그거 뭐 한족(漢族)의 중원 변방을 상당기간 점유했던 고구려 역사를 우려먹겠다는 심보.
지금의 우리 형편이 어떤지, 월드 랭킹이라는 게 무슨 기준이 있어 반영하는 거울이니까.
사실 축구 못했다고 망신스러울 이유도 없다, 그건 우리가 만들어내고 우리에게 들어맞는 운동이 아니니까.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올림픽에서 노메달, 그러면 말이 안 되는 거지.
{그것도 그러네, 닭싸움하듯 쫑쫑거리며 포인트나 노리니 무슨 재미가 있나, 판정이 공정한가,
그러다 보면 호신술이나 특수부대원의 필살기라면 모를까, 국제경기 채택 종목으로는 좀...}
골이 터지지 않았는데도 흥미진진했던 경기? 브라질-멕시코.
세상에, 그건 보호구(保護具)를 착용하지 않고 부딪히는 미식축구 같았다.
아니, 심판은 뭐하는 거야?
그게 참... 양 팀에게 같은 기준으로 일관성 있게 판정하면 되고
한국-러시아 전의 아르헨티나 주심처럼 일없이 불쑥, 그것도 한국에게 불리하도록 그러면 되겠냐고?
아무튼, 시범케이스로 카드 몇 장 뽑아들어야 과열되지 않고 부상 기회를 줄일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마치 전쟁처럼 맞부딪쳐 온 힘을 다 쏟는 투지와 헌신이 눈부시면서도 처절했다.
‘우리 편’이 나간 경기가 아니었다면, 그러니까 국외자적 스포츠팬이라면 재미없었을 게임인
한국-러시아, 이란-나이지리아의 질식수비와 비기기 게임 같지는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조용한 싸움
거기에도 땀 흘림과 피 튀김이 왜 없었겠는가?
이미 일어난 일이고, 결과를 두고 입 가진 사람이니 이런 말 저런 말 다 할 수 있겠다.
일어나지 않은 걸 두고도? 남아프리카 월드컵의 문어가 빙의(憑依)한 것도 아니고
부분적으로 적중(?)했다는 예언, 뭐 영화 보며 땅콩 까먹는 ‘재미 더하기’일 뿐.
처음부터 논쟁적이었으니, 박주영을 두고도 할 말 많겠네.
상황만으로는 호의적인 감싸줌의 약발이 떨어질 때가 됐다.
감독으로서는? 끝까지 밀어붙인 당사자로서의 자존심도 있으니, 쉽게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감독이라면 그래야지. 책임은 없고 구경만 하면 되는 홈팬들처럼 말할 수는 없지.
교체 이유? “급작스레 체력이 떨어진 것 같아서.”
그만하면 덕장(德將)이랄 수 있겠다. 인정하지.
그래도 “결국 내 선택은 옳았습니다.”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에도 불구하고
{있다면} Plan II 같은 것도 시도할 수 있겠는지?
지난 한두 해에 뭔가 보여준 김신욱 같은 선수 데려갔는데도 벤치에서 마냥 대기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겠지.
사실 선발과정에서 압도적인 ‘해외파’ 편중은 가뜩이나 재미가 떨어진 케이 리그를 더욱 위축케 하지 않았을까?
EPL 경기 중계만 보다 보니 눈은 높아져서 ‘내 고장 팀’ 응원하는 재미도 떨어졌을 것이다.
English Premier League? 그거 용병들의 대결장 아냐?
해서 축구 종주국이라는 영국의 국가대표가 그저 그렇고 월드컵에 나가도 쪽을 못 쓰는 거지.
올 시즌 열 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 기록 등으로 물오른 이명주 선수가 왜 해외진출을 결심했겠는가?
‘국제무대’에서 보여준 바가 없기 때문에 월드컵 대표로 가는 좁은 문을 통과하지 못해서이리라.
{적어도 그의 억울한 마음에서 할 수 있는 생각으로는.}
단기간의 준비로 단 한 번에 보여줘야 하는 월드컵 출전 대표 팀 감독에게 K League의 앞날까지 생각해보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계약기간이 남았는데도 여론몰이로 해임한 후에 잔여급여를 지불하지 않은-나중에 어떻게 됐는지, 소식 잘 모른다- 축구협회, 문제되자 외국인 코치들에게는 보상하고도 저들이 선임했던 감독에게는 끝까지 거부하는 이들, 파벌에 따라 제 쪽 선수 밀어 넣기 하는 이들이 똬리 튼 협회가 할 일을 일회용 임시직 같은 감독이 책임질 것도 아니다.
그래도 국민의 인기를 등에 업은 홍명보 감독은 나름 당차게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청소년, 올림픽 등 이런저런 대회에서 보여줄 만한 성과를 같이 얻어낸 ‘홍명보의 아이들’이 이미 증명되었기 때문에 보다 확실한 ‘내 식구’이었을 점도 이해한다. 잘하니까 유럽에서 뛰게 되었을 텐데, 잘한다고 늘 잘하는 게 아니어서 슬럼프일까, 아니면 때이른 쇠퇴기인지? 이쯤에 이르러 뭐라 하겠는가? 전문가는 그대, 우리가 뽑아주고 밀어준 이는 그대, 선수들 옆에서 지켜보고 확실한 데이터로 그들의 컨디션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도 그대. 그러니 “We 믿 You!!!”
3만 관중뿐만 아니고, 양나라 합하면 수억의 응원단 국민들, 그 하나하나가 이런저런 비평과 해설을 쏟아낼 수 있겠다. “네가 뭘 안다고?” 그럴 게 아니네. 잠깐 제 팀 감독이나 선수를 비난했다고 해서 누가 제 팀이 지기를 바라겠는가? 뭘 모르면서도 되지도 않는 말들을 주저리주저리 쏟아내는 것도 재미이다. 잠깐 실망하여 소리 지르며 비난했다고 해서 남미 어느 나라에서 실수한 선수를 처형했듯이 어찌 우리가 그러겠는가?
정치지도자도 그렇겠네.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I did it my way”나 부르고, 쓴 소리 한다고 해서 대척(對蹠)관계로 바라볼 게 아니다. 뭘 모르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얘기 다 쏟아내도 “We 믿 You”라는 기대를 아주 저버린 건 아니거든.
알제리, 벨기에, 못 넘을 산이 아니네.
헌 집 줄게 새 집 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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