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y After 2
가시고 이십오 년이 지났는데 아내가 어머님(先慈)의 생신을 기억하고
장미 몇 송이를 꽂아놓았다.
붉은 장미에는 보통 안개꽃으로 바치던데 동네 작은 꽃집에서는 청보리를 보태주었다.
다섯 송이. 조금 부족해 보이지만
남겨둠으로써 그리는 여백의 묘미랄까 그런 게 있으니까.
자하가 아름다운 사람(衛風의 碩人)을 두고
“그 웃음이며, 보조개며, 눈동자며, 흰 얼굴이며...”로 나가자
공자는 “繪事後素(회사후소)니라” 그러셨다.
{John Keats는 “A thing of beauty is a joy for ever”라고 했지.
딱 첫줄만 떼어 비교하기는 공정치 않은 줄 알지만.}
부족한 듯해도 조금씩 오는 게 은혜, 축복, 혜택
한꺼번에 몰아오는 건 재앙.
폭우, 태풍, 지진, 해일, 돈벼락, 사랑.
넘치면 슬픔
슬프면 넘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