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노래 4 꽃멀미

 

예전에는 봄꽃 피는 차례도 정해져서 서주, 영창, 레시타티브, 중창, 합창, 또 다른 영창... 식의 순서가 있었잖아요?

그게 언제부터인가 갑자기 tutti로 몰려와서 와르르 빠져나가더라고요.

“매화 지면 벚꽃 피고, 어쩌다가 나가지 못했다면 梨花雨 흩날릴 때, 그마저 놓치면 복사꽃 필 때는 그대와 함께” 식의

예상과 기대와 새 약속의 기회가 가능하던 시절이 좋았어요.

요즘엔 그저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가 되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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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봄바람 부니 바람 들고 바람나서 바람 따라 나섰지요.

{바람 잡기야 하겠어, 바람맞기나 하고 말겠지만.}

꽃구름, 꽃쓰나미, 꽃멀미, 이제 그만! 그러고 정신 차려 또 나서면 꽃비 맞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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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인데 남도길 뚜르르(tour-de-) 돈다고 해도 며칠 걸리겠어?

구례, 하동, 광양, 순천, 진주 붙여봤자 이틀, 앞에 하루 더하면 강진, 해남, 장흥, 여수를

뒤로 하루 더하면 창녕, 밀양, 양산, 청도, 거기다 또 하루 더하면 경주 뺑뺑할 수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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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광 좋은 데는 절이 자리 잡고 있으니 ‘00사’로 찾아다닐 수밖에 없는데

그까짓 거 얼마 된다고 입장료(!) 아까워하겠어, 게다가 경로 우대 받는 사람이야 할 말 없지.

모쪼록 넉넉한 살림이 수행에 장애가 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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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사진은 특정기사와 무관함

 

 

{절에 가도 삼엄할 정도의 경건한 기운을 맡을 수가 없어요.

괜히 “에휴 에휴~”하는 한숨이 나오는 이유...

공사장 일꾼들에게 위협적 언어로 나무란 스님이 떠억 탄 차가 제네시스.

佛敎는 부처님의 가르침, 基督敎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이겠는데

탐욕을 멀리 하고 하나님과 物神을 함께 섬길 수 없다는 가르침은 없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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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처음 자란 산수유 할머니나무(始木)라나요.

산동면 이 골 저 골마다 노랗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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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떠나고 집은 허물어졌어도 나무는 그대로 소유하여 가을 되면 거두러 온다고 하네요

 

 

 

가장 흔한 가로수가 벚나무라는데 벚꽃이야 어디 가면 보지 못하겠어요?

그래도 ‘섬.진.강.’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은 꽃길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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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리벚꽃길 화개장터 쪽은 활짝 폈고 쌍계사 쪽은 다음 주라야 터지겠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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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흑매는 열흘 후라야 만개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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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둔사 홍매(납월매)는 먼저 핀만큼 갈 때가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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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비가 내린다고 휴교하느니 호들갑 떨던 날 진양호에 갔더니 La crim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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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 청도 산골엔 봄이 더디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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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송이 피었다고 해도 수령님 장군님 보시는 매스게임에 동원된 가무단원들 같을 뿐

관계를 맺지 않은 건 그저 보기 좋을 뿐이지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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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아랑각 아래 숨어 핀 분홍 춘백

 

 

  그대가 밀어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김선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