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에서

 

꼭 한 주일 전에 남도 길에서 꽃 사태에 압사당할 뻔 했다.

강원도는 아직 겨울이다.

꽃은커녕 초록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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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步 江湖 行까지야, 어쩌다가 태백산을 혼자 오르게 되었다.

2시간 남짓하면 올라갈 길, 암산도 아니고 길도 잘 닦아놓은 셈인데

아이젠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지만 음지는 아직도 얼음과 눈이 사라지지 않았고

양지는 녹아 진흙탕 길이고 보니

오르내리는데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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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려갈 길 왜 올라가는가?

죽을 텐데 왜 태어나느냐는 얘기처럼 들린다.

최근에는 굳이 올라가야 하느냐는 문제도 제기되어

둘레길도 생기고 그랬다.

 

가고 싶은 사람 가는 거지 뭐.

제 좋아서 한 일을 큰 성취인 양 자랑할 건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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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祭壇에 올랐는데

민족의 영산이라는 태백산 정상에서 기를 받으려는가, 무슨 주문들까지 외네?

에고, 민망해서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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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 하던가

그런데, 죽었니, 살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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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의령-삼수령-매봉산-비단봉-금대봉-두문동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중 일부를 걸은 건 좋았는데

三水嶺, 그거 좀 그래.

 

별로 큰 거리도 아니고 아주 조금 옆에 떨어졌는데

어떤 빗방울은 오십천을 따라 동해로 흘러가고

다른 애는 낙동강으로 흘러 남해로 가고

다른 애는 한강으로 흘러 서해로 간다는 얘기.

 

처음엔 아주 작은 차이라도 나중에는 동에서 서가 먼 것 같이 다른 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메시지 하나 건질 수 있을까 하여 현지 답사한 셈인데...

감동을 유발할 만한 무드 조성에 실패.

작은 못이라도 하나 있다면! 무슨 도랑이라도 세 군데로 내어 흐르게 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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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못? 황지 연못 얘긴데

낙동강 천삼백 리의 발원지라는 웅덩이!

그것도 좀 그렇다.

 

시장 한 바닥 어지러운 곳에 포위된 듯이 자리 잡았는데

선거유세 시작하는 날이라서 그런지 시끄럽기만 하다.

엄기영, 최문순, 누가 물감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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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에 만항재를 찾았는데

정선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하루 더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