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에서

 

머피의 법칙? 그런 것 없어. 나들이하는 날 골라서 비 온다? 그렇지 않아.

방사능 낙진과 황사까지 동반한 비라지만

봄 가뭄 워낙 길어서 산불도 나고 씨 뿌렸는데 싹도 트지 않던 차에

이렇게 적셔주니 단비, 약비, 복비지 뭐.

선운사, 질마재길, 동학혁명 기포지, 청보리밭 비 맞으며 싸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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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만발할지 다 알 것 같아도 정작 꽃때 맞추기는 쉽지 않지.

악명 높다할 건 아니지만, 허탕 친 ‘선운사 동백’ 걸음 말들 많잖아.

그게, 지난겨울 늦추위가 심해서 얼어 죽기도 하고 터트리지도 못하고 그러다보니

사월 말인데도 대웅전 뒤꼍이 벌건 장관은 보여주지 못하더라고.

“우련 붉어라”, 그만하면 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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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저물었지요, 비는 추적이지요, 인적 끊겼고

범종 소리, 예불 소리-큰 절인데 스님 다섯만 대웅전에...- 듣던 아내 하는 말

“절이 이런 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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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식 냄새에다가 ‘뱀’자가 들어갔다 해서

즐비한 풍천장어 집들 그냥 지나치니 많이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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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렇다, 뭐가 그러냐 하면

질마 마을에서조차 ‘서정주’라는 존재가 그리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억지로 꾸며놓은 생가에 변변한 안내판도 없고 흙벽에 새긴 낙서들이 어지럽힌다.

폐교에 차린 ‘미당시문학관’의 공간은 넉넉하다고 쳐도 차려놓거나 돌보는 본새 보니

‘처삼촌 산소 벌초하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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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시, 그런 행적에 대한 변명, 비난에 대한 항변... 그런 걸 모아둔 칸도 있다.

하이데거의 나치 부역 전력이 그의 학문에서의 일정 영토권을 부정하지 않듯이

역사의식이 없었던 분의 자연 교감 능력과 시어 발굴 공헌은 인정해줬으면 한다.

그만 못해서 ‘이용가치’가 없어 징발되지 않았던 인사들이 훗날 애국자인양 일어서대?

알량한 기득권 지키겠다며 입 다물었던 이들이 적극저항하지 않았어도 독립투사였다고 그러대.

{미당이 뭐 예쁘겠어, 그를 변호하자는 게 아니고 깎아내리려는 이들이 언짢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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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생가와 진의종 전 총리 집안 땅-35만평 청보리밭- 둘러봤다.

어려운 시절에 용케 재산 지켰구나.

 

남아있어 보여줄 수 있으니, 고맙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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