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타령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 것도 뉘우치지 않을란다

 

스물 세 해 적엔 그리 말할 수 있어도

팔순이 지나면 회오와 용서를 구함이 자연스럽겠으나

“아니면 말고”지

어쩌겠는가, 다 난대로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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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冬柏꽃 타령’

 

추녀 끝에 고드름이 주렁주렁한

겨울날에 동백꽃은 피어 말하네

「에잇썅! 에잇썅! 어쩐 말이냐?

進士 딸도 參奉 딸도 못되었지만

피기사 왕창이는 한번 펴야지!」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말고

고드름 겨울에도 한번 펴야지.

 

동백꽃은 힘이 나서 다시 말하네-

「부귀영화 그깐 거야 내사 싫노라,

이왕이면 새 수염 난 호랑이총각

어디에도 얼지 않는 호랑이총각

산 넘어서 강 건너서 옆에 와보소!」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말고

이빨 좋게 웃으면서 한번 와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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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뤘던 전별식 치르고 정 떨어버리자고 찾았다가

그래도 그렇게 안 되더라는, 괜한 걸음에 속울음만 깊어졌다는

데를 두고 이런저런 노래들이 생겨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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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발칙 시인의 안발칙 절창 말이지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 ...)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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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더라고.

영영 한참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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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비가 내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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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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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도량에서 받아줄 몸도 아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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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다가, 한 주일쯤 지나

 

울주군 천성산 자락에서 맘씨 좋은 이가 황토방을 내줬는데

소쩍새 울어대는 바람에

따끈따끈한 온돌에 등 지지는데도 잠이 안 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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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規야 알랴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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