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노래 7 - 배꽃
추위가 얼른 물러가지 않으니 꽃들도 더디 피었는데
일찍 오지 않은 대신에 늦도록 머물겠다고 할 수는 없는지 서둘러 가버렸다.
다른 꽃들 다가오겠지만...
배꽃 필 때쯤이면 날씨도 온화한데
눈부신 하양 때문인지 찬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분위기는 따뜻한데 손대기는 좀 그런, 그래서 눈 같다고 하는지...
{冷艶全欺雪, 차갑고 곱기에 눈인 줄 알았더니!}
산천에 눈이 쌓인, 아니 천지에 배꽃 날릴 때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정형 율시에 忠君과 輔國의 정을 담은 재미없는 시조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문학성이 높다는
多情歌
梨花에 月白하고 銀漢이 三更인 제
一枝春心을 子規야 알랴마는
多情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피기 전에 봉오리로 좋은 꽃이 있는가 하면
배꽃은 질 때 좋~은 건 아니지만 잡을 수 없는 흩날림에 그만 짠해져서...
어제는 천 그루 배나무 눈 덮인 듯 했는데
이제는 나비처럼 하염없이 나부끼네.
{蘇軾, ‘梨花’: 冷香鎖盡晩風吹 帳帳無言對落暉 舊日郭西千樹雪 今隨蝴軟作團飛}
그렇게 흩날린다고 폭삭 무너져 쫄딱 망하는 게 아니고
그러니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그럴 것도 아니네?
그래도 “梨花雨 흩날릴 제”라는 구절 하나가 주사바늘 찔러댄 것 같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쌓여”?
그건 아닌갑다.
벚꽃
詩 한 줄이 矢가 되어 날아와 꽂히는 황당함 있지?
비가 오고 있다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
-김수영, ‘비’-
어머니날에 주워올 건 아닌데 정진규는 그랬지.
여자는 함께 있으면 계집이 되고
헤어지면 어머니가 된다
젖은 눈인 날이 많아서는 아니었겠는데
백거이는 양귀비를 두고 ‘梨花一枝帶春雨’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