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일 연휴에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 마지막 날입니다. 한국처럼 연휴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추석이나 설처럼 부담스럽게 긴 것도 아니어서 놓치기에는 아깝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라면 보통 자동차 여행을 떠나지요. 더운 때이지만 먼저 방학해서 놀고 있는 아이들 생각한다면 며칠이라도 어디를 다녀와야 하니까요. 그래서 잠시나마 거리가 빈 듯합니다. 우리는 딱히 가보고 싶은 데-능력이 닿는 한도 내에서-도 없고 그저 집안에서 월드컵 명승부를 관전하면 되니까 동네를 지키는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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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5에 두 개하는 햄버거, 탄산수 안 사마시고 맹물 마시면 2,000원에 한 끼를

 

 

이런저런 축하행사가 많은 수도의 Capitol Hill이나 Lincoln Memorial을 일부러 방문하지는 않지만, 공영방송(PBS)을 통해서 보여주는 퍼레이드나 음악회는 대단한 볼거리라서 해마다 빼놓지 않고 챙겨봅니다. 현충일(Memorial Day) 행사와 더불어. 그런 걸 볼 때마다 이민족 이민들로 구성된 합중국이 어떻게 애국심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지, 시민들의 그 대단한 자부심을 어떻게 정부-지지하지 않는 정권에서조차-가 채워주는지 신기하고 부럽습니다. 다른 얘기지만, 월드컵에 자국을 대표하여 나온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백인우월주의가 판치는 나라조차 흑인을 비롯하여 여러 다른 인종 선수들을 받아들였고, 그 ‘섞인 이들’이 한 팀이 되어 열정과 투지로 몸을 내던지며 싸우는 것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많이 섞이지 않아 순혈주의를 내세우는 나라의 ‘하나 되지 못함’이 부끄럽더라고요. 다원화 사회에서 ‘서로 다름’을 존중하면서도 거국적으로 ‘하나 됨’을 요구할 때에, 어쩌면 그리도 ‘저만의 이권’을 지키거나 ‘불합리한 독선’ 때문에 각기 딴 데 바라보며 제 갈 길을 가는지... 유사종교 식의 교회나 정당, 이념 등에 몰입하는 집단충성은 반성하지 않은 채로, ‘애국’이 현혹의 rhetoric에서 가장 손쉽게 이용하는 메뉴가 되어버렸다는 냉소가 모두를 견제하며 같이 앞으로 나아감을 막고 있는 형편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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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과 어울리는 대통령, 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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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게도 분단 상황이 고착된 한국은 국민개병제로 강제 징집이 제도화된 나라인데 정치권 지도층에 포진한 무리에 병역기피자-이런저런 합법적인(?) 핑계를 마련했겠지만-들이 즐비한데, 그런 이들은 무력대치 현장에서 전장을 이탈한 이적분자 아닌가요? 그런 사람들일수록 “나를 두고서 뭐라고 하는 놈들은 다 종북좌파야”로 나오더라고요. 미국은 모병제를 채택했을 뿐더러 국민의 대다수가 원하지 않는 전쟁에 ‘침략군’-분쟁지역 일부 국민의 입장에서 본다면-으로 개입해서 많은 희생자를 낸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세계일이차대전을 비롯하여 ‘한국 전쟁’, 월남 전쟁, 이락, 아프가니스탄 등에서의 전쟁 수행 등 그 많은 ‘일없이 얽혀 듬’-물론 ‘국익’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겠지요-에서 스러진 생명을 추모할 때 보면 다들 하나 같이 경건한 모습이더라고요. 정당지도자가 새로 선출되거나 무슨 이상한 출정식 때에 조폭처럼 까만 양복 입고 우르르 몰려가는 국립묘지 참배 같지 않고, 정말로 “죄송합니다. 당신은 그렇게 먼저 가셨고 저희는 덕분에 살아남았습니다. 고이 잠드소서.”라는 표정이더라고요. “충혼은 영원히 겨레 가슴에” “선열아 이 나라를 보소서”라는 말만으로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을 애모(哀慕)함에 그칠 것이 아니고, ‘거리낌 없는’ 나라 사랑에 기꺼이 목숨이라도 내어주는 국민정신을 함양하자면, 당연히 의무를 수행하였고 가족에게는 안됐으나 자신을 희생했던 이들이 우대받고, 그들이 지도자의 반열에 설 수 있도록 하는 채택 스크린이 제도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Sarah McLachlan이 부르는 “In The Arms Of The Angel”

가사가 꼭 들어맞는지는...

 

 

작은 마을의 초라한 퍼레이드로부터 Washington D.C.나 대도시 곳곳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축하행사와 음악회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사람들이 그리도 진심으로 즐기며 기뻐하는지? 우리에게는 끼와 흥에 있어서는 “세계 어느 곳, 어느 민족과 견주어도 안 빠져”라는 자부심이 있잖아요? 그런 어울림의 한마당이 국가적 행사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고, 무슨 반정부 시위 같은 데에서나 오히려 드러나는 것도 좀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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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일 축하 불꽃놀이로 알려진 데는 New York의 Brooklyn Bridge, Macy's 백화점 제공,

Washington D.C., Boston, 아니 어느 도시에서라도 넉넉한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아래는 우리 동네의 겸손한 명절 치레, 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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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비하는 아니고, 시민이 아니면서 미국에서 오래 살고 있는 사람이 뜨거운 백성의 흥겨운 어울림을 혹은 그리워하고 혹은 기대하면서 기원(祈願)을 담아봅니다.

 

 

Jefferson Memorial에서 Mormon Tabernacle 합창단이 부르는 America the Beautiful

음악적 완성도야 뭐 그렇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