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3 아름다운 낭비
“오동 씨만 보아도 춤춘다.”는 흉이 있잖아?
{오동이 빨리 자라기는 한다만 그래도 그렇지, 그거 말이 안 되는 거지.}
엊그저께 딸이 시집갔는데, 손자에게 자장가 불러줄 상상으로 벌쭉거리다니.
딸이 어렸을 적에 가르쳐주고 같이 불렀던 nursery rhymes,
마침 ‘Sesame Street’가 판칠 때라서 ‘Simba song’ 같은 자장가도 불러줬고
“Rubber Duckie, you're the one!”
또 이런 날 하염없는 한숨처럼 새어나오는
“Rain, rain, go away. come again another day.”
그래, 비 그만 왔으면 좋겠다.
아주 오지 말라는 게 아니고 좀 쉬다가 다른 날 오라는.
좀처럼 안 내리다가, 그래서 농사꾼 애태우다가
올 때는 한꺼번에 쏟아내야 하는 건지?
수압이 낮다는 아파트 주민들의 불평을 접수하여 손보고 나니
수도꼭지손잡이를 틀자마자 왈칵 터지는 물이 개수대 밖으로 튀어나온다.
샤워할 때도 그래, 그저 적시면 됐지 피부가 아프도록 때리는 물줄기는 필요 없거든.
난 스마트폰 줘도 못 쓴다.
음향기기, 카메라 등 사용하지도 않을 기능을 줄줄이 달아놓고 ‘최고급’, ‘최신’이라고...
불필요한 과도함, 불편한 excessiveness.
없이도 살 것들 없다고 주눅들 것도 없다.
그런데 하늘은 왜 그럴까...
넘칠 만큼 찼다고,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다 보여줘야 하는 건지?
예년보다 이르게 유월에만 ‘사나울 暴’자가 세 개나 들어섰다.
폭우, 폭염, 폭풍(태풍).
맛보기랄까 경고성 같은 거라서 죽이라고 갈긴 건 아닌 줄 안다.
{더 심한 것들 찾아와서 오래 괴롭히더라도 잘 견디라는 면역력 강화의 뜻이겠지.}
그런데 말이지, 견디기 힘든 넘침이 없으면
삶도, 살림도 시들할 것이고
농사짓는 재미도 없을 것 같아.
적정온도 자동조절, 분무로 수분 공급하는 하우스재배로 철없는 작물들 내놓긴 하지만
한데가꿈(露地栽培)의 제철 과일, 채소 맛을 따라오려고?
“삶이란~”으로 거하게 나올 얘기도 아니지만...
절제, 검소 다 좋은데
간헐적인, 뭐 그렇게까지는 아니고 단 한 번의 흥청망청!
그게 사는 맛이겠네. {멋진 게 맛도 좋거든.}
잘못된 투자였더라도 원망 없이 결과를 수용할 줄만 안다면
‘지나침’만큼 지나치지 않은 건 없더라고.
낭비가 다 아름다운 건 아니지만
많은 아름다움은 낭비의 소산이더라고.
꽃 핌, 씨 맺힘, 퍼짐, 과정 중에 시듦과 낙과
그것들은 모두 필요 이상이었고
그 과도함이 천지를 아름다움으로 채우게 하더라고.
사랑도 그렇겠다.
거두기 위해 뿌리는 게 좀 많아야 말이지
30배, 60배, 100배의 결실은커녕 딱 하나 맺으면 수지맞은 거야.
사랑한다면서 분산투자와 손해보험 고려하는 X은 거짓말쟁이.
한꺼번에 몽땅 지르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는 나중에라도 말하기 없기.
‘Pleasures’ 향수 한 방울을 귓불에 바르듯 해서야?
가진 게 없어 바칠 것도 없었던 사람들은 여인을 나무랐다.
옥합을 깨뜨려 향유를 임께 깡그리 부은 낭비야말로 시의적절하고 확실한 투자이었다.
금방 떠나고 나면 다시 돌아올 리 없는 분께
심장을 깨어 다 흘리듯이
가진 것 전부를 바쳤으니
길이 두고 칭찬할 최고의 사랑이었다.
그만 와도 될 것 같은 비
계속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