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나리와 원추리가 같은 거냐, 다르다면 어떻게 구별할 수 있냐
뭐 그런 질문도 들리는데
특별할 것도 어려울 것도 없으니, 그냥 검색창 열어 독학하시게.
원추리는 영어 속명으로 daylily, 유식을 뽐내려면 hemerocallis라고 하는데
헬라어로 hemera는 하루, kalos는 아름답다는 뜻,
핀 꽃은 하루 지나면 오그라져 떨어지니 겨우 하루나 가는 아름다움이라 그리 불렀나 보다.
{한 대에 붙은 다른 봉오리들이 이어 피니까 그리 빨리 사라지는 줄 모르고 탄식하지도 않네?}
{그래서 정식 flower arrangement에는 원추리를 쓰지 않는다.}
하루밖에 피어있지 못한다 해도 오늘 아름다우면 됐다.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도 그렇게 입히시거든!”
Have you seen the bright lily grow (Sting)
사흘 동안 매미가 꼼짝 않고 방충망에 붙어 있었다.
우화등선(羽化登仙)하기 전 숨고르기를 하는가?
또 한 번의 허물벗기가 남았는가?
이거 이미 껍질 아냐?
일부러 털어내기도 그렇고 해서 내버려 두었다.
점심 드는데, 아이, 깜짝이야~ 요란한 매미 우는 소리가 나는 거라.
길게 이어지지는 않고, “아아 마이크 시험 중, 삐익~ 잘 들립니까? 삐익~ 아아” 정도
깝작거리다가 끊어졌다.
응, 살아있었구나?
좀 있다 보니 어느새 사라졌다.
“나 가요, 성가시게 굴지 않아 긴 꿈 꿀 수 있었어요. 고마워, 그럼 안녕.”
그런 인사 남기려고 숨 가쁜 소리 냈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