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림사 (2)

 

{물폭탄 투하 두어 시간 전에 서울을 떠났다가

소식을 듣고는 “죄송합니다” 했지만, 어쩌겠는가 머물렀다고 해서...}

 

“구름수레 타고 한가로이 지낼”(雲車鶴駕任閑情) 신분은 아니지만

승적도 없는데 어느 절집에서 받아주겠는가 하안거((九旬禁足) 지킬 것도 아니고

노상 雲水로 떠돌 수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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祇園精舍와 竹林精舍를 그리며 祇林寺라 했을 것이다.

뭘 토해내고 뭘 머금기에 吐含山이라 했는지 모르지만

동쪽으로 건너편에 있는 산이 含月山이고

거기에 기림사가 자리 잡았다.

경주에서 관광단의 부질없는 짓쳐듦(殺到)을 피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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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광전을 가기도 전에 진남루와 柱聯만 훑어보고도 “참 잘 왔구나!”라는 안도.

{발품 팔다가 어느 시점에서 “이제 본전치기는 넘어섰구나.”라는 계산이 저질인 줄은 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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遠觀山有色 近聽水無聲

春去花猶在 人來鳥不驚

頭頭皆顯露 物物體元平

如何言不會 秪爲太分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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鎭南樓는 원래 사방이 뚫리기는 했지만 누각처럼 생기지는 않고 맞배지붕을 한 큰 건물이다.

이름이 남방을 진압한다는 뜻인데, 임진왜란 때에 경주지역 승군과 의병들을 지휘하던 곳으로 쓰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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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할 얘기 많다고 다 할 것도 아니고

그래도 못 다한 말 남거든 겨울에 한번 들르고 나서 토설하련다.

{마치 꼭 밝혀내야 할 진실이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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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 전 바로 이맘때 들렀다가 만났던 도라지꽃 그 자리에

아직 있는 걸까, 다시 피었다고 해야 맞나, 닮은 애가 들어섰다고 할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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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부전 너머로 길이 나있는데, 평소에 외인출입금지

許諾을 得하여 들어가면 secret garden이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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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되지 않은 논물에 잡초와 생존을 겨루며 솟아난 연꽃들

전성시대를 지난 영자처럼 좀 그렇다.

그래도 예쁘기만 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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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꾼 애들 보려면 안압지 앞 蓮池로 가면 되겠다.

그래도 그 많은 연꽃의 군대가 내뿜는 향기를 압도하는 사람들의 살 냄새가 싫으면 못 가는 거지

Red carpet 오르는 여우 보겠다고 몰려든 사람들 사이에 끼는 건 쪽팔리는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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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포에서 추령터널을 지나 경주로 들어가기 전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感恩寺址.

“興亡이 有數하니 滿月臺도 秋草로다”라는 정서 이전에

동이 서에서 먼 것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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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있어도 서러운 건 마찬가지.

바라볼 수 있는 건 좋지만 안을 수는 없으니까.

본다고 다 아는 건 아니니까.

{거리가 거리감을 유발하지만, 거리와 거리감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다짐하고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서로 풀어줄 시기를 놓쳤다?

그래서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