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가고 3

 

좋은 인상에 나누는 얘기도 유쾌하던 중에 마침 음악이 흘러나와

“Shall we dance?” 그랬지.

주의력 없이 나섰지만 분위기로 봐서 손잡을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응? 호호 웃더니 저리 가버리는 거야.

음악 끝나면 손 놓게 되고

땀 서린 짧은 시간 지나면 도로 남이니까

“Shall we love?”에 좋은 대답 못 들었어도

머쓱하겠네만 마음 쓰지 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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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일 없이 지나갔다고 해서 일없던 것은 아니네?

바람도 없는데 흔들림은 왜?

{차마 쓰라림이라 하긴 좀 그러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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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이 ‘기차는 간다’를 썼을 때는 젊은 처자였겠는데

“아니, 이런 외설을 버젓이?” 할 것 없다.

 

  기차는 지나가고 밤꽃은 지고

  밤꽃은 지고 꽃자리도 지네

  오 오 나보다 더 그리운 것도 가지만

  나는 남네 기차는 가네

  내 몸 속에 들어온 너의 몸을 추억하거니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었구나

 

황홀함은 잠깐이었겠는데 돌아봄은 오래 가는구나

길들여진 것들은 떨어졌다고 남이 아니구나

그쯤 되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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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진한 건 없었지 싶은데

지나갔지만 남긴 게 있구나.

 

가면 아주 간 걸까?

그러면 사라진 걸까?

 

  처음엔 흰 연꽃 열어 보이더니

  다음엔 빈 손바닥만 푸르게 흔들더니

  그 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 들고 서있더니

  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꺾인 채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네

  수많은 창을 가슴에 꽂고 연못은

  거대한 폐선처럼 가라앉고 있네

 

   -나희덕, ‘사라진 손바닥’ (부분)-

 

백년쯤 지나 다시 오면/ 그가 지은 연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

뭐 그런 기대로 살다가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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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본문보다 더 긴]

 

있기는 뭐가 있었겠나

더위 먹어 허깨비를 본 게지.

 

처서 지났고 ‘8’자도 떼어냈는데

여름은 악의적으로 남았는가.

 

그런데 가을이 오면 뭐가 좋은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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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최승자, ‘개 같은 가을’ (부분)-

 

{좋은 말 두고 왜?

형편 아니까, “그녀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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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자유니까, 돈도 안 드니까, 꿈은 커야 하니까

‘Dancing with the stars’에 내가 나가게 됐다면 말이지

음 보자, 파트너를 집어던졌다가 가뿐이 받아 안자면

팔에 힘이 있어야 되겠지?

그래 아령을 시작했는데

너무 무거운 걸로 뭘 모르며 무리했는지

그만 rotator cuff가 찢어지고 말았다.

아고, 아파요.

 

너무 무겁게 되면 내려놓았을 때 허전할 테니까

커지기 전에 놓고 가는 게 낫지.

 

가볍다 해도 내 힘으로는 잡을 수 없을 것 같아

환도뼈 치듯 하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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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은 게 없잖아” 그러면

“밀밭을 보면 네 생각이 나겠지” 정도로.

 

저자 識.

 

 

 

J'aime septembre

Et j'aime t'attendre

A l'ombre bleue

Des feuilles blondes